사랑은, 내가 무너지지 않을 때 시작돼야한다.

사랑이 흐르기 전에, 내가 흘려야 할 마음들

by 민써니

요즘,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조금은 무섭다.

그게 꼭 실패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이 시작되면 나는 어느새 ‘사랑받기 위한 나’를 먼저 꺼내 보이고 있었으니까 무서운거다.

그래서 요즘 나는 ‘사랑받기 위한 나’를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나’를 회복하는 중이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최근 인생 첫 소개팅을 다녀왔다.

마지막 연애는 무난한 1년 하고 N개월 전. 딱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좋은 상황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연애만 하면 이상하리만큼 모든게 꼬여갔던 나에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는게 너무 두려웠다.


그래도 한번쯤은 용기를 내봐야지 하는 맘으로 나선 소개팅 자리.

예상외로 상대랑 나는 꽤나 잘 맞는 듯 했다.

밝고 활기차지만 사랑 앞에서는 불도저같은 면이 있는 나. 그리고 나이는 나와 비슷하지만 스트레스 관리를 건강한 취미로 해소하는 어른스러운 모습과 나한테는 없는 차분함과 이성을 볼 때 신중함이 있는 상대.

우리의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잘 흘러갔고 다음에 또 보자는 말과 함께 첫 만남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남.

이제는 슬슬 연애 이야기가 오갔다. 마지막 연애는 언제였는지, 어떤 이유로 그간 이별을 맞이 했었는지, 취향은 어떻게 되는지. 연애를 하면 어떻게 하는 편인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다.


써니씨는 연애 하면 너무 다 맞춰줄 것 같아요.
자신이 단단할 때 사람을 만나야겠다.


상대남이 나에게 저런 말을 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금껏 누구도 그렇게 말해준 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내 연애사를 ‘위로’의 눈으로 바라봐준 건, 정말 처음이었으니까.


저 말만 본다면 나를 무시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을까 싶어 부연설명을 덧붙이자면 상대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중이었다.


나의 그간의 연애사를 들으며 나를 판단하려 하기보다는 정말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고 위로해주었다.


나는 그동안 사랑을 문제처럼 풀어왔다.

정답을 맞추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고 오답을 내면 그 사랑은 곧 나를 떠났다.

하지만 지금, 이 한 사람의 말이 나에게 ‘정답’은 없어도 된다고 말해준 것 같다.


분명 과거 사람들도 좋은 부분이 있었을거다. 그래서 관계가 시작되었을거고 그래서 내가 그렇게 나를 갈아넣어서라도 상대에게 사랑을 주려고 했을거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 혼자 기다리고 나 혼자 외롭고. 사랑받고 싶어서 상대가 요구한것은 물론이요, 요구한 적도 없는 것 까지 열심히 챙기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하며 눈물 흘렸고 상대에게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가차없이 버려졌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봐주고 부담스럽지 않게, 담담하게 나를 걱정해주는 그가 참 고마웠다.


남녀사이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라는 말이 있듯이 나와 그분 사이에도 어떤 일이 앞으로 펼쳐질지 잘 모르겠지만 그가 했던 그 말 한마디는 정말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사랑은, 내가 나를 지키면서도 서로를 향해 다가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오래 머무는 이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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