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소비단식 일기]
소비단식 일기
서박하 지음 / 휴머니스트 출판
소비 단식이 필요해졌어.
교환학생을 온 뒤로 통장에 구멍이 너무너무 크게 나고 있다. 어디 여행 가려고 하면 숙소 비용에 안 가져온 것들 사는 비용, 가서 입을 옷도 한 번 보고 그 과정에서 친구들이랑 밥 먹느라 돈 쓰고... 이곳에서의 밥 한 끼 사 먹는 돈은 일주일치 생활비의 반 정도. 즉 한 끼에 3~4일분의 돈이 나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친구들이랑 저녁을 피하는 데에도 한계를 느꼈고 돈은 아끼고 싶고.
보다 올바르고 건강한 소비를 하고 싶고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고 돈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어 졌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소비 단식 (Spending fast)이 뭔데?
소비 단식(Spending fast)이란 말 그대로 '소비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나는 빚을 다 갚았다] 애나 뉴얼 존스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작가는 한 달에만 카드값이 500만 원 나오던 자신도 소비 단식에 도전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핵심은 아주 간단하다, 1년 정도 기간을 정해서 꼭 필요한 것 (ex. 생명 유지에 필요한 음식과 옷, 난방비 등) 외에는 돈을 일절 쓰지 않는 것이다. 완전한 소비 단식은 쉽지 않은 것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도 있어 문제가 생길 위험도 높기 때문에 작가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자신에게 맞게 다시 그 규칙을 새운 뒤 그것을 지켜나가며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 나는 이 책을 통해 약간은 맥시멀리스트에 가까운 내가 나보다도 더 맥시멀리스트에 가까운 듯 보이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소비 단식에 가까워지는 길을 탐구해 보고자 했다.
결제는 어려울수록, 소비는 미룰수록 좋다?
책 소비단식 일기 中
요즘 시대에서 결제를 어렵게 한다는 것은 바보 같다고도 누군가는 생각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클릭 2번이면 30초 안에 결제가 가능하고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면 택배가 와있다.
이렇게나 편리하고 쉽게 원하는 것들을 가질 수 있고, 내가 매일 달고 사는 휴대폰에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 관심 있는 것들. 필요한 것들 다 알아서 비교해서 추천해 주는 팝업 광고들과 사이트, 앱들이 잔뜩인데 왜 소비를 미루고 어렵게 하는 게 좋을까?
사실,
이렇게 쉽게 소비가 가능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여러 번 생각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결제 후 후회를 하거나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마구 결제하고 당황했던 경험들도 누군가는 있을 것이다.
또 반대로 소비단식을 수행하기 전 작가처럼 뒤늦게 신용카드의 카드값을 보고 적잖이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이런 불필요한 소비를 막기 위해
보다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
작가는 '허들 만들기'라는 방법을 추천한다.
첫 번째로 바로바로 통장에서 잔고가 빠져 가나는 체크카드를 주로 쓰고 쇼핑 모바일 앱을 지웠으며
남아있는 쇼핑 앱과 사이트들에는 체크카드 하나만을 남겨두고 등록을 해제했다고 한다.
신용카드로는 쉽게 결제를 하게 되었던 것들이 체크카드를 쓰니 엄두가 안 나게 된 경우들도
많았고 자신이 어떤 분야에 무엇을 얼마나 소비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도 쉬웠다고 한다.
나처럼 신용카드가 아직 없는 젊은 학생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소비 미루기'까지 작가는 추천해 줬다.
"물티슈가 한 장 밖에 없네? 내일 써야 하는데!!"
"엇, 당장 내일 아이 색연필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당장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요소들을 바로바로 결제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미루고 대체할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소비 미루기이다. (내가 항상 해왔던 소비방식이라 너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꼭 언급하고 싶은 방법이었다.)
불안하겠지만, 물티슈를 더 사고 싶은 충동을 참고 다음 것을 사지 않자
집에 있는 작은 사은품 물티슈들을 찾아 쓰기 시작했고
그 마저도 다 쓰자 건티슈에 물을 적셔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소비 방식은 쓰레기도 적게 나오게 하고 불필요한 소비와 생산을 막기 때문에 지구라는 공동체를 보호하는 데에 있어서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자존감이 상승된다는 것.
단순히 소비에 단식을 더했을 뿐인데 그 부수적 효과는 실로 어마무시한 것 같다.
반소비주의는 뭐야?
'반소비주의(anti-consumerism)'은 소비자의 흐름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자 운동이며, 여러 가지 형태가 존재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소비 형태에 대한 의문을 공통적으로 제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소비주의는 물건·물질을 계속해서 사고 소비하는 '소비주의'(consumerism)에 반대하며 광고가 소비주의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것을 말한다.
작가는 반소비주의에 대해서 공부하고 나서 물건을 사기 전마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물건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그건 온전한 내 생각일까?'
우리는 어쩌면 넘쳐나는 새로운 트렌드라는 파도에 휩쓸리기보다는 우리 각자가 자신만의 소비 문법을 써 내려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자기 계발 중독자의 최후?
자신에게 집중하라, 투자하라는 자기 계발 트렌드가 붐을 일으키면서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자기 계발 책들과 다양한 챌린지, 모임 등이 범람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 계발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다양한 책을 구매하고, 다양한 모임에 들고, 관심 있어 보이는 모든 것을 배우거나 손대는 게 꼭 좋기만 할까?
앞서 나는 소비는 미룰수록 좋다는 해당 책 작가의 공식을 하나 언급했다.
어쩌면 우리가 자기 계발에 대해서 무자비적으로 소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으로 불안을 극복하려고자하는. 현재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그냥 일단 뭔가를 채우려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계속되면 마음의 병이 찾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여기 here and now'라는 근본적인 것을 돌아보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는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프리츠 펄스가 창시한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우리는 우리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그 욕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모를 때가 많다.
소비를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게 어쩔 때는 더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윤리적 소비와 소비단식의 상관관계...?
작가는 소비단식을 시작하면서부터 플렉시테리언에 가까운 소비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신은 플렉시테리언을 아는가?
피치 못할 상태에서는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사실, 내가 이미 여러 서평에서 다루었듯이 채식이라는 행위 자체가 반드시 윤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내 소비를 통제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면, 윤리적 소비에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작가 또한 자신의 소비양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둘의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이며 앞으로의 새로운 트렌드로 두 소비의 형태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기록을 남겨본다.
마음을 돈으로 대신하는 것은 아닐까?: 소비단식을 하면서 주변을 챙기는 법
물질 대신 노력과 정성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고 나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보다 섬세하게 파악해야 하고 (선물은 일반적으로 이 나이대의 이런 사람들은 좋아하더라~하는 데이터가 많은데 노물질적이지 않은 표현은 그런 게 없는 느낌?) 더 많이 연락하고, 표현하고 정성을 담아야 한다. 때로는 그저 연락 한 통 넣으면 되는 일인데 그냥 '아 이래도 되나?' 하는 고민에 몇 달을 미루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퍼뜩 떠올라 교환학생 시절에 만나놓고 연락해야지 해야지 하며 미루던 친구들한테 싹 다 연락을 돌렸다.)
어쨌든 간에 돈이 아깝거나 부담되서가 아니라 정말 쉬운 길로 가려고 혹은 어떻게 내 맘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 어설프게 돈을 쓰는 게 아닐지 나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해당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도 사실 음... 돌아보니 그냥 성의 없게 느껴지는 씁쓸한 관계를 놓지 못해서 인스타에 나오는 멋진 맛집이나 그냥 가서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소비 단식을 했을 뿐인데 (나는 소비 단식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소비를 줄이고 나한테 들이는 시간을 늘렸을 뿐인데.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을 뿐인데) 이런 부분까지 생각해 보게 되니 신기했다.
뿐만 아니라 '이방인으로 살기'라는 이야기의 챕터도 있는데 내가 책의 모든 챕터를 다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해당 챕터를 읽으면서 사회적 관계에서 자유로워지고 나만의 인생 방식, 문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경험을 했었는데 그 또한 너무 좋았었다.
마지막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보기_!
✍️나의 한 줄 평✍️
사실 내가 어렸을 때 잠깐 했다가 요즘 들어서 다시 하는 한 가지 루틴이 있다. 바로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다.
어렸을 때 쓰다가 안 쓰게 된 이유는 너무 물질적인 것만 쓰게 되어서.
누군가가 나한테 호의를 직접적으로 베풀어주거나 뭔가를 사주지 않으면 뭔가 안 적게 되는 경향이 너무 강해서 멈췄었다.
그런데 교환학생 다녀온 뒤로,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된 뒤로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사소한 것에서 감사함을 느끼고 (집+한국을 떠나왔다가 돌아와 보니 정말 사소한 게 감사해지더라...) 아무튼 그냥 별생각 없이 하기 시작한 행동인데 이 책에도 나와있다. 감사하는 마음은 주변을 비교하며 생긴 질투나 후회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유물론적 갈망'을 줄여준다고 한다.
진짜 진심으로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는데... 또 막상 다녀와서 이 서평을 위해 다시 책을 읽으며 돌아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서 신기하다.
결론적으로...! 소비에 대한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있는 분들, 삶에 있어서 작은 부분들이 가지는 힘을 잊고 산지 오래된 분들께 이 책을 강력 추천드린다.
�2023년 8월 21일 올해의 일곱 번째 독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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