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직원보다 돈을 많이 받는 이유
얼마를 받건 상관없이 급여란 25일이 지나면 다시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된다. 말 그대로 내 통장을 스쳐 지나가게 되고 나는 또다시 25일 기다리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벌어서 내가 다 썼는데, 이제는 내가 벌어서 모두가 함께 쓰는 통장이 돼 버렸다.
아이 유치원 비용을 포함해서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 + 친정에 아이 맡기고 있으니 친정엄마에게도 월급을 나누게 되면 들어오자마자 바로 스치고 지나가버린다. 늘 주는 사람은 많이 주는 것 같고, 받는 사람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월급인 것 같다.
사장님이 우리 회사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으신다. 어느 날 사장님은 그 이유를 내게 말씀해 주셨다. “너는 회사에서만 일 생각하지? 나는 똥 눌 때도 회사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너보다 월급이 많은 거야.”
하긴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6시만 퇴면 이미 퇴근 모드로 바뀌어서 집에 가면 뭐 해야 하고... 애랑은 뭐 해야 하고.. 하는 생각 자체가 바뀌어버린다. 그리고 그 다음날 회사 의자에 앉아야지만 오늘은 무슨 일을 하고, 내일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하는 회사 모드로 리셋이 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집에서 회사일 생각할 여유도 없을뿐더러, 아이가 나를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회사가 망하면 나는 퇴사하면 되는데 사장님은 그동안 자신이 일궈왔던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래서 목숨 걸고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고, 주인 정신을 발휘하며 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 불 끄는 것도, 빈 방에 공기 청정기 돌아가는 것을 눈치채는 것도 사장님인 것 같다. 확실히 주인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보이는 것이 있다.
나는 경력단절 기간 때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 봤다. 일인 창업가로 사업 비슷한 것도 해봤고 쇼핑몰도 운영해봤다. 그때 내가 사장님의 이 말씀을 절실하게 느꼈었다. “사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 그만큼 속이 시커멓게 탔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남들은 몸이 불편한 내가 사업을 해서 번창하는 것을 보고 사업 자체를 아주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몸이 불편한 저 사람도 하니, 나도 할 수 있겠네! 하며 쉽게 도전했다가 쉽게 망하는 모습을 진짜 여럿 보셨다고 한다.
경력단절 때 블로그를 통해서 중국에서 수입해온 교구를 팔아본 적이 있었다. 엄마들을 상대로 해서 아이들의 과학 상자를 판매하는 것이다. 나름 열심히 알아봤다. 내가 중국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어 잘하는 친구와 함께 협업으로 했었고, 아직 한국에 입점 안 된 것도 확인했다. 사이트를 뒤져서 중국 공장을 찾아내고, 협상을 해서 원하는 가격을 받고 우선 최소 수량을 받아서 나의 블로그에 올려 판매를 한 것이다. 다행히 주변 반응이 좋아서 아름아름 판매가 되더니, 중학교 선생님이 대량으로 구매해 주시고, 도서관으로 과학 수업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과학수업을 하면서 교구를 판매하는 등 조금씩 판매처를 늘려나갔다.
그런데 그때 신은 나의 편이 아니었나 보다. 갑자기 중국과의 사이가 안 좋아지면서 중국에서의 수입 물건이 제대로 들어올 수가 없었다. 우리 제품은 배에 실려 한국에 왔는데 통관이 안 되었다. 어떤 것은 중국에서부터 통관이 막혀서 우리 물건은 중국과 한국 선박에 묶여 있었던 적이 많았었다. 10일이면 주문해서 내 손에 들어왔는데, 1달 딜레이 되는 건 기본이고, 잘못해서 두 달 정도 딜레이 돼서 받은 적도 있었다. 물건이 배달이 안 되니 고객들이 주문을 해도 물건을 보낼 수가 없는 상태가 오래되자, 점점 고객은 줄어들고, 우리는 이 일을 접어야만 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정말 운이 나빠서 하필 그때에 중국과 틀어지는 바람에 나와 같은 소상공인은 피해를 본 것이다. 당시 나도 큰 자본력으로 한 것이 아니라, 큰 손해를 본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접을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거대한 자본력이 들어와서 내가 찜했던 그 제품을 대량으로 들어와 다시는 내가 범할 수 없는 제품이 돼 버렸다. 그동안 내가 고생한 것이며, 뜻대로 되지 않아 애태운 날들 때문에 속이 탔다.
그땐 정말 사장님 말대로 똥 눌 때도 이 생각만 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물건을 제대로 가지고 올 수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누가 돈 받고 시킨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하는 수밖에 없었다. 과학 상자 하나를 팔기 위해 수업을 기획했고 그 기획서를 가지고 생판 얼굴도 모르는 도서관 사서들에게 보내서 우리가 하려고 하는 수업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아주 작은 도서관에서 몇몇의 아이들을 놓고 시작한 수업이었지만 정말로 최선을 다했고, 그 모습을 본 도서관 사서님이 주변의 도서관 사서들에게 소개를 시켜줘서 수업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과 시키지 않는 일을 만들어하는 사람은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있는 결과를 낳는다. 이건 그렇게 일을 해 본 사람만이 안다. 직원에게 아무리 사장님 마인드를 가져라!고 말해도 그렇게 될 수가 없다. 한 번이라도 사장의 경험을 해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모를 것이다. 나는 짧았지만 스스로 일을 만들어 봤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새롭게 일을 만들고 벌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되었다.
직원은 사장의 마인드까지는 못하더라도 직원의 마인드로 일하면 안 된다. 망하거나 잘못돼도 내게 큰 책임이 없으니, 그냥 주어진 일만 하겠다 혹은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 하는 마당쇠 정신으로 일하는 것은 우선 자기 자신에게 가장 큰 마이너스이다.
만약 내가 경력단절 기간에 스스로 무언가를 해볼 기회를 만들어 보지 않았다면 그 마인드를 100%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어떤 경험이든 도움 되지 않는 일은 없다. 그래서 삽질이라도 열심히 해보라고 하지 않나! 사장님이 나보다 월급 많이 받는다고 욕하지 말고 화장실에서 똥 눌 때도 생각한다면 다음에는 당신이 사장님 자리에 앉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