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는 나의 힘
직장인 1년, 3년, 5년쯤 되면 한 번씩 권태기가 몰려온다. “내가 지금 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왠지 나가서 무언가를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이렇게 자수성가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지... 이때쯤 되면 알아서 그런 소식들이 내 귀에 속속 들어오게 된다. 저런 젊은 사람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20대 청년들의 성공 스토리를 들을 때마다 솔깃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그들처럼 멋진 CEO가 되어야지 했던 때도 있었다.
이런 마음은 급여 일이 되면 더 확고해진다. “내가 이 돈 받으려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주는 사람은 많이 준다고 생각하고, 받는 사람은 적게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월급이다. 월급날이 되면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서 빼가기 때문에 정작 월급 받았다는 기쁨은 잠시고, 곧바로 허무해질 때가 있다. 내가 카드 쓴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카드회사에서 내 돈 빼간 것만 속상하다.
어찌 되었건 육아로 인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나도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건 어려우니 무언가를 해서 경제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세상은 내 편이 아니었다. 뭘 해도 잘되지 않았다. 마이너스 상황이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나의 욕심은 그보다 훨씬 컸기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5년을 보내다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다.
직장에서는 내가 일을 잘하든 못하든, 매출이 떨어지던 오르던, 코로나로 일을 제대로 하던 못하던 매월 25일이 되면 내 통장으로 돈을 보내준다. 직원으로서 25일은 감사한 날이다. 어찌 되었던 내가 제대로 출근만 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월급은 나오니까 말이다.
요즘같이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은데, 얼마라도 월급이라는 것을 받으면 정말로 다행이다. 자영업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게 문을 닫고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대료를 메꾼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원래 나의 계획도 2020년에는 나의 사무실을 내려고 했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취업을 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덕분에 이렇게 다시 사장님을 만나서 그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감사하고 있다.
경력단절 기간은 내가 20살 이후에 처음으로 경제활동을 해 보지 않았던 5년이다. 늘 어딘가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았던 나이다. 이런 내가 월급이 아닌 남편의 돈으로 생활을 했었다. 처음에는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잠시뿐이다. 눈치가 보여서 제대로 쓰지 못한다.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이상하게 남편이 돈은 내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
다시 일을 시작한 후 나는 월급이 힘을 알았다. 월급이 주는 힘이 있다. 매월 같은 날짜에 같은 돈이 들어오니 예상할 수가 있다. 계획을 세울 수가 있고, 이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해야겠다는 꿈을 꿀 수가 있다. 내 돈이기 때문에 십일조도 낼 수 있고, 누군가에게 기분 좋게 선물을 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돈을 가지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게 참 행복한 꿈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때는 왜 “이까짓 월급이라 했을까? 돈의 소중함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이거 아니어도 된다는 건방진 생각을 한 것 같다.
자신의 노동으로 번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다. 그리고 세상을 너무 우습게 봤다. 사장님 주변에도 나와 같았던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자기 사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니? 사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속이 새카맣게 탈 때가 얼마나 많은데...”
휠체어 타고 다니는 사람이 사업을 하니 주변에서 ‘저런 사람도 사업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큰코다친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아주 작은 경험이지만 5년 동안 나도 개인적인 일을 해봐서 안다. 돈을 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급여를 받을 때 정말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급여가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서 빼가는 바람에 공허함도 느끼기는 하지만 그다음 25일이 되면 또 내 통장에 급여가 채워질 것을 알기에 작은 사치도 할 수 있다.
내가 내게 주는 작은 사치는 6000원짜리 초코 자바칩 프라푸치노 한 잔을 사 마시는 것이다. 초콜릿과 생크림이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당이 충전되는 듯하다. 한 달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치고는 작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급여는 내 것이 아니기에 이것으로도 큰 만족을 한다.
누가 내게 사주는 것보다 내가 일할 수 있어서 내 돈으로 내가 사 먹는 게 세상에서 가장 속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눈치 보지 않고 밥 한 끼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 25일 채움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 누군가와 나눔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게 바로 월급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