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밝은 미소 속에 감춰진 그늘을 읽게 되었다.
지금이야 코로나 때문에 회식이 없어졌지만 예전에 회사 전체 회식자리에 가면 사장님 자리를 중심에 두고 가운데가 홍해 갈라지듯 갈라졌다. 직원들은 대부분 사장님 자리와 먼 곳부터 앉는다. 아무래도 사장님이라는 타이틀부터가 어렵고, 또 어른이다 보니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부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안다.
점점 직원들도 젊어져서 사장님과 나이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 아버지보다 훨씬 더 위에 계신 분이 되니 직원들이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무리 사장님이 편하게 대해줘도 직원들은 그냥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함께 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다.
사장이라는 자리는 어려운 자리일 뿐 아니라, 외로운 자리라고 한다. 어렵다는 것은 이해했지만, 외로운이라는 말은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조금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나도 어느 모임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벌써 4년 차가 되어간다. 여성들 모임이 4년 차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 안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즐거운 일이 더 많았기에 아마도 계속하는 것 같다. 그 모임을 통해서 여러 성과를 내기도 했다. 사람들이 발전하는 것이 보였고, 서로가 서로를 위한 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모임을 계속 유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늘 고민한다. 더 좋은 모임을 만들기 위해... 지금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더불어 끝을 흐지부지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늘 어려운 자리이다.
리더로서 어려움이 있다. 물론 내가 다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보다 더 많은 수고를 해주는 멤버들이 많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던 그 책임감이 내게는 늘 따른다. 그냥 신경 끄고 있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성격상 그게 또 안 된다.
누군가 소외된 사람이 없는지, 누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전체 그림을 보고 맥을 짚지 않으면 모임이 원활하게 유지될 수가 없다. 그래서 늘 이번까지만... 올해까지만...이라고 마음을 다짐하다가 멤버들이 좋아하는 모습,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또 마음이 흔들린다.
이번에 모임 활동을 통해서 두 번째 책이 나왔다. 5명의 작가가 새롭게 탄생했다. 내가 모임을 통해서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글을 쓰게 해서 그 글이 책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오게 한 것이다. 책이 많이 팔리는 것 둘째 문제이고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다행히 글도 좋았고, 또 시기도 좋았고 운도 좋아서 그 책이 빛을 보고 있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올해는 유독 힘들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야!!라는 것을 스스로도 몇 번이나 다짐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보다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한 적이 많았다. 코로나라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일도 있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하려고 했던 계획들이 무산되었던 일들이 많았다.
코로나 블루는 나에게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 또한 코로나 블루로 인해 한동안 바닥을 기며 힘들어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는 눈물이다. 속상해하기도 많이 속상해했다. 하지만 이 또한 나눌 수 없는 속상함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결과물이 나왔을 때 정말로 기뻤다.
책을 쓴 5명의 작가들이 너무나도 기뻐하는 모습을 카톡 속 대화에서 느끼며 나도 정말 기뻤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작은 북 콘서트를 개최했다. 사람들이 모였고, 작가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다. 감동이었다. 2월에 계획했던 일이 안 될 것 같았는데,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렇게 멋진 결과물들을 만들어 냈다는 것에 감동이었다.
‘다행히 좋게 마무리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또 소외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번 책 만든 사람들도 작년에 소외되었다고 분류된 사람들이었다. 그분들이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올 초 이분들을 데리고 일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우... 하나님... 제발...’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이 말을 외쳤다. 지금 상황은 너무나도 기쁜 상황인데 기뻐할 수가 없었다. 순간...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내년에는 어떻게 무슨 일을 벌여서 이들과 함께 해야 하나...
모임을 그만둬야겠다는 것은 금방 잊고 나는 또 내년에 이분들과 벌일 일들을 생각하고 있다.
이 모임에서 리더 역할을 하면서 사장님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회사가 30주년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 주러 왔고 축하 파티며 화려하게 하루를 보냈다. 회사가 발전한 것만 보면 엄청 좋은 일이고 축하해 줘야 하는 일인데, 나는 그것보다 리더의 감춰진 뒷모습을 읽게 되었다.
여기까지 이 사람들을 끌고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리더의 속을 뒤집었을까? 활짝 웃는 미소 속에 감춰진 어두운 그늘을 이제야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