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게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걸까?”

너의 상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거야.

by 퀸스드림

요즘 들어 우리 딸이 동생 타령을 한다. 외동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웠구나. 아니면 언니들이 동생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부러웠나 보구나. 엄마가 농담조로 “칭찬 스티커 3,000개 모으면 동생 낳아 줄게!" 했더니 너는 진지하게 “엄마 너무 많아. 조금만 줄여줘!”라며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에 엄마는 미소 짓게 되었단다.



그래서 엄마가 대안으로 금붕어 2마리를 사 왔어. 강아지나 고양이는 네가 조금 더 크면 그때 가서 키우고 그래도 조금은 키우기 편하다고 생각한 금붕어를 생각한 게지. 그런데 엄마도 어렸을 때 엄마가 키운 게 아니라 외할머니가 우리들을 위해 키우셨던 기억만 있지 엄마도 처음이었던 거야. 블로그에 있는 정보들을 읽고 금붕어 집을 마련해 주고 나름 어항답게 꾸몄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음 날 한 마리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면서 역시 생명체를 다룬다는 게 쉬운 게 아니 구나를 알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굿모닝 인사를 하려고 간 네가 둥둥 떠 있는 작은 물고기를 보면서 엄청 속상해했어. 언니네 집에 전화해서 “언니! 언니네 물고기들은 괜찮아?” 했는데 괜찮다는 말을 듣고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하며 속상해했던 거 기억나니? 7살 아이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해 줘야 할까... 생각해 봤을 때 딱히 떠오르는 말은 없더라.







엄마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잘 알거든. 엄마는 학교 앞에서 파는 노란 병아리를 자주 사 왔어. 초등학교 앞에서 노란 병아리를 파는 사람이 있었거든. 노란 털이 너무 예뻐서 안 데리고 올 수가 없었지. 뻔히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볼 때마다 사 왔던 기억이 있구나. 그다음 날 병아리가 죽었을 때의 그 슬픔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더랬지. 또 병아리를 사 와서는 아침마다 그 아이의 생사를 확인하는 게 엄마의 아침 일과였어.



엄마에게도 이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네가 붕어 한 마리의 죽음에 대해 얼마나 슬퍼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단다. 그래서 엄마가 다음날 다시 금붕어 2마리를 데리고 왔어. 갑자기 3마리 금붕어가 돼서 외롭지 않을 것 같아 좋아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엄마도 기분이 좋았단다.



네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라는 말을 듣고 엄마는 조금 더 생각하게 되더라. 내가 무의식 중에 했던 말을 들었나? 엄마도 이런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자주 있었거든. 그래서 속으로 뜨끔했단다. 7살 아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참 열심히 살았다고 했는데, 세상의 시련은 그런 사람들에게 더 많이 오는 것 같더라. 그런 시련을 피하고 싶어서 더 더 열심히 살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내게 다가오는 것은 아픔과 외로움이더라.





실은 말이야. 엄마도 네 동생을 가진 적이 있었어. 그런데 그게 정상 임신이 아니었던 거야.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을 보고 화장실에 앉아서 30분 정도 고민했던 엄마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어. 그때 엄마는 너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했었을 때였거든. 이제 막 무언가 시작하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임신이 되어서 엄마에게 온 축복을 제대로 기뻐하지 못했던 거야.



그러다 생각을 바꿔서 받아들이자고 했지. 그리고 기분 좋게 토요일 아침이 되어 너와 함께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월요일에 다시 오라고 하는 거야. 보통 임신이면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다시 오라니...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월요일에 병원에 갔다니 한 번 더 검사해 보자고 해서 한 번 더 했고, 그다음 날 갔더니 소견서 써 줄 테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고.



이 모든 일들이 처음 겪는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고, 큰 병원에 갔더니 “포상기태 임신”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바로 수술 날짜를 잡자고 하더라. 목요일 수술하기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던 이 일들이 엄마에게는 갑자기 큰 슬픔으로 다가왔단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처음에 너를 가졌을 때도 힘들었는데, 둘째는 엄마한테 온 지 일주일 만에 수술하게 되니 그때까지 참았던 슬픔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데 엄마는 감당하기 어렵더라.



수술 후 병원에 계속 다녔는데, 충무로역에만 내려도 울컥했고, 병원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 소독약 냄새에 눈물이 핑 돌았고, 많은 임산부들 사이에 앉아 있을 때는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더랬지. 엄마에게 온 축복인데 화장실에 앉아서 고민했던 그 30분이 아이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던 거야.



만약 네가 없었다면 엄마는 더 큰 시련에 빠졌을지도 모르겠지. 다행히 네 덕에 6개월 만에 그 힘듦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던 것 같구나. 그때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 산후우울증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한동안 엄마는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에 대해 벌 받는 거라 생각했어. 하나님도 엄마를 미워하는 것 같았었지.






그런데 이런 엄마의 경험도 사용될 때가 있더라. 그 이후로 엄마는 엄마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의 아픔을 포옹하게 되었어. 의외로 엄마처럼 아이를 가졌다가 유산이 된 사람들도 많았고, 여러 사정으로 인해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지. 누군가 엄마한테 유산으로 인해 아이를 잃은 슬픔을 이야기할 때 엄마가 그분들에게 할 수 있는 건 엄마의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었어.


“나도 포상기태 임신으로 아이를 잃어 본 적이 있었어요. 그 후 제게 온 산후우울증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답니다.” 이 말 한마디가 전혀 경험 없는 사람들의 10마디 말보다 더 위로가 된다고 하더라.



같은 엄마로서 안타까워하고, 함께 위로해 줄 수 있지만 100%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똑같은 경험이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그 디테일한 부분까지 공감할 수 있는 거야. 마치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육해공 어디를 나왔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다녀오지 않는 사람들은 머리로 다 이해하더라도 작은 디테일까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야.



너에게 고난이라고 생각했던 그런 일들도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아마도 하나님은 엄마한테 더 많은 여성들을 포옹하라는 의미로 이런 경험을 주시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포상기태 임신이라는 것은 희귀한 임신이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일은 아니거든.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_
고린도전서 10장 13절



하나님은 엄마가 감당할 시험을 주셨고, 어느 날 보니 엄마의 상처는 다른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있더라.


살다 보면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하는 일들이 정말 많이 생길 거야.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일이 너한테만 생긴 일이 아니란다. 각자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삶의 고난들은 찾아온단다.



그때 꼭 이 말씀을 생각하렴. 분명 신은 네가 감당할 시험만 준다는 것. 그리고 그 고난을 잘 통과하고 나면 너의 고난이 다른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된다는 거야. 너 게임할 때 무기가 많으면 유리한 거 알지? 작은 소총 하나 가지고 싸우는 사람과 멋지고 화려한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은 게임의 차원을 다르게 한단다.



그 고난의 통로를 잘 통과해 보렴. 그리고 네게 쌓인 무기들을 가지고 멋지게 인생 게임을 해봐.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더라도, 결국 너의 무기들이 너를 지켜줄 것이란다.




너의 상처들이 분명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진 엄마가.




PS: 이런 말이 너에게 위로가 되기보다 짜증으로 다가온다는 것도 엄마는 안단다. 엄마도 그랬거든. “삶의 무기 필요 없으니까 제발 이런 고난은 내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내뱉던 말들이었지. 그런데 조금만, 조금만 더 인내해 보렴. 태양이 뜨기 바로 직전이 가장 어둡단다. 눈앞에서 포기한다면 가장 억울하겠지?

진짜 이런 말은 말로 하면 잔소리라 할까 봐 글로 남긴다! 알지? 엄마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