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네가 많이 힘들 때 읽어보렴.

천국에는 아픔과 슬픔이 없다는 말이 위로가 되더라.

by 퀸스드림


며칠 전 엄마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한 달 전에 친정엄마 집에 오셨을 때만 해도 괜찮으셨는데…. 그때 증손녀인 너와 함께 숨바꼭질을 해주시던 할머니셨는데, 어쩌면 이렇게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셨는지…. 93세의 나이라 어쩌면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할 죽음이라는 것을 알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와닿지 않는구나.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었다. ‘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덤덤했다. 아마도 그날 아침 친정엄마의 전조가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아침 친정엄마는 갑자기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해서 나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가르쳐 주셨다. “세인이 옷은 여기에 있고, 반찬은 여기에 있으니 꺼내 먹고, 엄마 없을 때 가끔 집에 와서 한 번씩 봐줘.”라는 말을 했었다. 한동안 집을 비울 사람처럼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할까 했는데, 딸에게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할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아서 친정엄마는 자신이 맡은 일들을 딸들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서둘러 내려가는 도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아이 등원을 마치고 부랴부랴 갔건만 마지막 임종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가 쓰러지신 건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가실지는 아무도 몰랐다. 만약 그럴 줄 알았다면 너의 등원도 누군가에게 부탁했었겠지…. 죽음은 누군가를 기다릴 줄 모르는가 보다. 성격이 급한 분도 아니셨는데 그렇게 갑자기 우리의 곁을 떠나실 줄 어떻게 알았겠니….



점심시간 후에 연락을 받고 회사 업무를 인수인계하면서 엄마도 갑자기 눈물이 터져버렸다.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눈물이 나왔고, 옆에서 보고 있던 동료가 “그냥 빨리 가세요”할 정도로 나는 쫓겨나듯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나서도 무슨 사연 있는 사람처럼 계속 눈물이 나서 울었다. 마스크를 쓴 상태라 덜 부끄러웠지만 내 양옆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힐끔힐끔 엄마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달 전에 봤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그때 조금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았다. 그때 더 한번 안아드릴걸, 사랑한다고 말 한번 해볼걸. 밥 한번 맛있는 것으로 대접할 걸... 코로나라는 핑계로 아무 곳에도 모시지 못했고, 맛있는 음식 한번 대접하지 못했다.




너의 외할머니도 힘들다고 너랑 몸으로 놀아주지 못하는데 93세의 노인이 너랑 같이 집안에서 숨바꼭질한다고 이리저리 숨는 모습에 ‘할머니 아직 건강하시네.’라고만 생각했다. 우리가 가면 체력이 떨어져서 어지럽다며 누워만 계셨다던 할머니셨다. 정말로 전력을 다해, 최선을 다해 너와 함께 몸으로 놀아주셨다는 것을 알았다.




너의 지치지 않는 체력을 상대해 주셨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늘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사셨던 할머니 덕분에 엄마의 노후 모습도 외할머니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정말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갑자기 다시 한번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 죽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죽고 난 이후 어떻게 되는 것일까? 죽는다는 건 다음 세상으로 이동을 뜻하는 것일까, 우리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뜻일까?




우리는 천국으로 간다고 믿고 있고, 믿지 않는 사람들은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이건 증명된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믿음만으로도 삶 전체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면 죽기 전에 해볼 것은 다 해 봐야 한다는 심정으로 막살게 될 것이다. 내가 죽는다는데 도둑질을 하면 어떻고, 나쁜 짓을 하면 어때? 죽으면 끝인데!!! 하지만 죽은 후 다음 세상으로 간다는 믿음은 이 세상에서의 삶을 허투루 살지 않게 한다. 내가 이 땅에 온 이유를 생각하게 되고 나의 사명을 생각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말한다. 죽음에 대해서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우리는 천국에 가서 만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잠시라는 이별을 가지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죽음을 통해 아픔과 고통이 없는 천국으로 가는 것이 이 힘든 세상에서 사는 것보다 괜찮을 거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더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들이 엄마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다 아는 이야기, 너무 자주 듣던 이야기라서 그런가?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가슴으로 받아드리기까지는 쉽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엄마에게는 천국에는 아픔과 슬픔이 없다는 말이 위로되었다. 연세가 있으셨기 때문에 할머니는 여기저기 많이 아프셨다. 그리고 할머니의 삶도 녹록치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기가 훨씬 낫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울면서 보내드리는 것 보다 웃으면서 보내드려야 할머니가 더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죽더라도 슬픈 얼굴로 헤어지는 것보다 다시 만난다는 희망을 가지고 기쁘게 이별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날에는 많이 슬퍼하지 않고 기쁘게 보내드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할머니 돌아가신 날 새벽에 책을 읽고 필사한 부분이 있었는데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너에게도 소개하려 한다.




우리는 언제나 내일을 떠올리며 산다. 바쁜 오늘 때문에 당장은 급해 보이지 않는 일, 사랑이나 행복 같은 일들은 내일로 잠시 미뤄둔다. 하지만 내일이면 너무 늦을 수 있다. 모든 이별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급한 일은 오늘 당장 살아야 하는 일, 오늘의 행복을 참지 않는 일이다. 오늘이 세상의 첫날인 것처럼 온통 나와 당신을 사랑하고,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아낌없이 행복해야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마음뿐이기에.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_고재욱







너의 조부모이신 나의 부모님도 70세를 바라보는 나이다. 죽음을 생각할 수 있는 나이다. 가까이에 계시는 외할머니의 죽음을 통해서 부모님의 죽음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똑같은 후회는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작가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아낌없이 행복해야 한다는 말이 와닿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행복을 미뤄왔는데, 정말로 죽음은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조금 더 잘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봤다. 부끄럽지만 사랑한다는 말도 언젠가는 해볼 것이다. 그리고 이 나이 먹어도 엄마와의 다툼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더 양보해 볼 것이다. 내가 하니까 너도 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별을 하기 전에 후회하는 일을 조금은 덜 만들자는 엄마의 이야기다. 이별은 갑작스럽게 다가오니까…. 할머니의 죽음으로 더 확실한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 그리고 표현하고 싶은 게 있다면 표현하면서 살자!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아끼지 말자! 안아주고 토닥거려주는 것도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주자. 그래, 그렇게 살자!







너와 함께하는 동안 엄마는 늘 행복했다고

확신하는 엄마가





PS. 혹시나 30년이 되기 전 엄마가 천국에 급하게 가게 되었다고 해서 너무 속상해하거나 오랫동안 힘들어하지 말 것.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야!! 엄마는 천국 가서도 너를 많이 생각하고, 사랑할 거야. 엄마의 믿음과 너의 믿음이 같다면 우리는 천국에서 만나겠지. 나의 사랑스러운 나의 아가야.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 말은 정말 하고 싶은데, 말로 하면 쑥스럽고 잔소리로 흘려들을까 봐 글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