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을 때 읽어보렴.

가끔은 단순해지렴. 단순한 생각이 너를 다시 웃게 한단다.

by 퀸스드림


할머니를 보내드린 후 주말 내내 집에서 보냈다.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도 그렇고 마음 한편이 공허한 느낌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죽음을 처음 접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허전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이미 친 조부모님과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했는데, 그때는 어려서 그랬는지 지금처럼 공허하거나 무의미한 느낌은 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왜 그러는 것일까?



주말 내내 집에서 먹으면서 보냈던 것 같다. 삼시 세끼 꼬박 챙겨 먹은 것도 부족해서 평소에 잘 먹지 않았던 과자봉지까지 여러 개 뜯은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TV 채널을 돌리면서 버릇처럼 과자를 입에 넣고 있더라.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끌어안고 먹는 모습은 가관이었다. 누르면 터질 것 같이 배는 부르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아무리 달콤한 것을 먹어도, 고기를 먹어도, 속이 든든하기보다 허전한 느낌이 계속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노래 경연 대회를 하는 것을 우연히 봤는데, 어느 경연자가 부른 노래 가사에 울컥하는 마음이 들면서 눈물을 쏟게 되었다. 원곡은 뮤지컬 OST로 서편제에 나온 ‘살다 보면’이라는 노래였다.



혼자라 슬퍼하진 않아
돌아가신 엄마 말하길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그 말 무슨 뜻인 진 몰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주문 같아
너도 해봐 눈을 감고 중얼거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정말 노래가 주는 위로가 있더라.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괜찮아. 다들 그래. 그냥 살면 돼’ ‘너에게만 있는 일들이 아니란다.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지. 우리가 언젠가는 다 죽는다는 것이 정해진 사실이잖니.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고 받아들이렴.’


정말 노래 가사처럼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라는 말이 100% 이해가 되는 말은 아니지만, 기분이 나아지는 주문같이 느껴졌다.



“그래. 그저 살아가다 보면 나아지겠지.”






아이스크림 숟가락을 입에 문채 눈물을 흘리는 내 모습도 정말 가관이었다. 평소에는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주말에 더 바쁘게 보냈는데, 아무런 의욕이 나지 않아서 텔레비전 채널만 돌리고 있었다. 너도 이모네 집에 놀러 가서 정말로 오랜만에 혼자서 보내는 귀중한 황금시간이었건만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이 한번 태어나서 죽는다는 것은 정말로 당연한 진리이다. 그리고 아픈 모습으로 계속 계시는 것보다 아픔과 고통이 없는 천국에 계시는 것이 할머니 입장에서는 훨씬 더 좋을 수도 있다. 결국엔 내가 보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내가 슬픈 것이지 할머니만 생각하면 꼭 슬픈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수요일에 돌아가셔서 할머니 덕분에 주말까지 5일을 쉬었다. 그리고 오늘 출근하게 되었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니 밥도 잘 먹고 사람들과도 잘 지낸다. 가끔 울컥할 때도 있지만 그것도 금방 잊게 되는 것이 사람인가 보다. 내가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늘 새벽같이 일어나는 친정엄마인데 아직도 공허한 마음이 있으신가 보다. 오늘 아침에는 정말로 오랜만에 늦잠을 주무셨다. 분명 새벽까지 잠 못 드셨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너희 외할머니가 정말 안타깝게 느껴졌다. 갑자기 부모님이 안 계시는 고아가 된 것이다. 힘이 없는 노인이라도 엄마가 계신 것과 안 계신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엄마는 다행히도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 주는 우울감에서 그나마 쉽게 빠져나온 것 같다. 5일 동안 울다 괜찮아지고 또 울다 괜찮아지고를 반복하기도 했고,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먹는 것으로 대체해 보기도 했다. 배부른 상태에서 또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을 찾고 있는 내 모습이 싫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런 것도 필요한 것이 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어찌 가족이 죽었는데 슬퍼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충분히 애도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또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했던 것 같다. 엄마는 혼자 있으면서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확실히 40대 중반에 맞는 죽음은 다른 것 같더라. 나의 죽음부터 부모님의 죽음까지 생각하게 되고,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많을 텐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도 생각하게 되더라. 꼭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내게 가르쳐 준 것도 많은 것 같다. 엄마는 이것을 할머니의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구나.






죽음이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올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 주셨지.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경험해 보지 않으면 와닿지 않는 말인 것 같구나. 엄마는 말이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많이 참고 미뤘던 것 같아. 다른 사람들 선물할 때는 항상 가장 좋은 것을 선물하려고 했으면서 자기 생일 때는 핫 딜 상품을 고르고 골라서 화장품 3개에 21,000원짜리를 했더구나. 어느 날 카드 내역을 봤는데, 자신을 위해서 쓴 돈은 1.5% 정도였어. 괜히 기분이 씁쓸해지더라.



말로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해놓고선 뭘 하는 것을 보면 항상 뒷전이었지. 살쪄서 살 빼고 난 뒤 옷 살 거라며 몇 년 동안 옷도 사지 않았고, 발품 팔고, 손품 팔아가며 싸게 산 것들을 가지고 아끼고 잘 살고 있다며 뿌듯해하고 있었다는 게 남더라. 아이에게는 원하면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있으면서 정작 나는 무료 교육만 찾아서 듣고 있는 게 생각이 나더라. 물론 이런 것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나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 도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도 언젠가는 천국에 갈 거야. 그런데 그 시기를 아무도 몰라. 그래서 감사하고, 그래서 남은 시간들을 조금 더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일 갈 수도, 50년 뒤에 갈 수도 있겠지만 언제든 부르시면 넵!! 하며 갈 수 있게끔 후회 없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어!”라는 말을 할 수 있게끔 살아본다면 눈 감을 때 웃으면서 갈 수 있을 것 같다. 내게 온 기회들뿐만 아니라, 기회가 내게 오게끔 만들어 보고도 싶어. “나이 때문에... 여자라서... 돈이 없어서 안 돼”라는 핑계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이고, 김여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야!”라며 쓸데없는 배짱도 부려보며 살고 싶다.



이렇게 상상을 하고 생각을 바꾸니까 공허함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더라. 갑자기 가슴이 터질 듯 크게 숨을 쉬게 되고, 그 숨을 길게 내빼게 되니 그 안에 희망이라는 것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우훗후후!! 엄마 너무 단순하지? 조금 전까지 아이스크림 먹다가 울었던 사람인데....



그런데 엄마는 복잡하지 않고, 이렇게 단순한 나 자신이 참 좋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이 예뻐해 주고 사랑해 줄 거야!!! 앞으로 엄마의 변신을 기대해 보렴!! 이것이 바로 할머니가 엄마한테 준 삶의 선물인것 같구나! 나의 마지막 삶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보라는 것!!! 엄마는 정말로 최고의 선물을 받았구나.. 또 찔끔 눈물이 나려고 하네... ㅎㅎ





삶이 공허하게 느껴지더라도

그 안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방금 느낀 엄마가!!!





PS. 써 놓고 보니 웃긴다. 그래도 기분이 훨씬 좋아졌어. 진짜 뭔가 다시 해 볼 수 있을 것 같구나. 가끔은 이렇게 단순해지렴. 복잡한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자꾸 하면 잔소리처럼 들릴까 봐 여기까지 할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