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어나 봅시다. 누가 이기는지...
세상 삶이 참 매섭다. 2월의 거센 바람처럼 차갑게 느껴진다. 오늘 날씨도 진눈깨비가 휘날리는데 꼭 내 마음 같다. 2020년도 새해에는 처음으로 경험한 코로나로부터 쉽지 않더니 2021년도 새해부터 강한 펀치들이 연속적으로 엄마한테 날아오는구나.
1월 말에 외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이제 좀 괜찮아질 만하니 내가 들어갈 집 세입자는 못 나간다고 버티지 않나, 살고 있는 집주인은 아직 일 년이나 남았는데 월세를 올려달라며 나를 흔들어 놓지 않나, 이런 흥분이 좀 가라앉아서 마음이 평온을 찾을 때쯤 아버지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하게 되었다. 간단한 수술이라더니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지 않나, 이것도 당황스러운데 이제는 시아버지까지 입원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게 총 20일도 안 돼서 내게 연속적으로 일어난 일들이다. 모든 일들이 다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럽다.
누군가 내 옆에서 보고 있다가 일어설만하면 다리를 걸고, 또 일어서려고 하면 다리를 걸더니, 이제 작정하고 후려치는 느낌이다. “그래? 네가 얼마나 버티나 보자!”하며 이 악물고 때리는가 보다. 처음 한 대 두 대 얻어맞을 땐 소리라도 질렀는데, 이제는 아프다는 감각도 잃어버렸다.
주변 사람들도 처음에는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하며 다독여줬는데, 연속으로 이런 일이 생기니 뭐라고 나를 위로해 줘야 할지 적당한 말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 하긴 나라도 그럴 것 같다. 뭐라고 말을 해줘야 괜찮은 걸까?
솔직히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냥 지금 상황이 싫고, 연속으로 일어나는 이런 이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화도 나고 짜증도 났는데 정말 그건 잠시다. 화를 내봤자, 짜증을 내봤자 내게 이로운 건 아무것도 없다. 단지 내 마음만 더 힘들 뿐이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 아이가 내 옆에서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난 뒤에는 그렇게 눈물이 났다.
왜 내게 이런 일들이 계속 생기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져도 소용없다. 그렇다 한들 생긴 일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내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돈이 많았다 한들 해결되는 일도 아니니 나 자신을 원망할 필요도 없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정말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인 것 같다. 정말 옛날 어른들 말이 틀린 게 없는가 보다.
죽음, 아픔, 병 고침은 내가 고민을 한들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인 것 같다. 정말 이건 신의 영역이지 사람의 영역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나는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낮은 자세, 겸손한 자세로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들이 더 많다.
전에는 무조건 지금 이 상황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 달라는 기도를 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처럼 나를 그렇게 옮겨달라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주변 사람들을 바꿔달라고 했다. 그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그 사람의 상황을 바꿔달라는 어린아이 같은 기도만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를 꺼내 달라는 기도가 아닌, 내게 버틸 힘을 달라고, 쓰러지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이것도 확실히 예전과 다른 모습인 것 같다. 더 이상 원망하는 기도는 하지 않는다. 이런 일들이 왜 나에게만 일어나냐고 묻지 않는다.
분명 이 일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각자 다른 모습이지만 비슷한 일들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 그래도 너는 밥은 먹고살잖아. 그래도 너는 숨은 쉬고 살잖아.’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힘든 상황도 아닌데 뭘...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 모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기로 했다. 생명을 주관하는 분에게 생명을, 나의 삶을 주관하는 분에게 내 삶을 맡기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내 뜻대로 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막사는 건 아니다. 그러기엔 내 인생이 너무 소중하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맡기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진짜로 편안해졌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안에서 감사를 찾는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지금 이 상황에서 감사를 찾을 수 있지?” “죽지 않았잖아... 그럼 아직 희망은 있다는 거잖아. 밥은 먹고살잖아. 이렇게 진눈깨비가 오는데 피할 집이 아직은 있잖아. 하루에 400명씩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는데 너랑 네 가족은 아니잖아.” 물론 지금 내 마음에 감사가 흘러넘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내 상황을 아는 지인들이 내게 카톡으로 많은 위로를 보내줬다. 그런데 그중에서 내게 가장 와 닿는 말은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말이었다. 그냥 인사말 인지도 모르겠다. 예전부터 한국인들에게 인사는 “밥 먹었어?”라는 말이 인사말로 많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이 말에 눈물 나게 위로를 받았다.
뭐라고 할까... 그냥 나를 잘 안다는 느낌? 더 깊게 묻지 않고, 그렇다고 정해진 코멘트가 아닌 나를 생각해 주는 친구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말 같아서 그 친구가 내게 “밥은 먹고 다녀?”라고 물어만 줘도 나는 눈물이 난다.
사람 위로하려고 할 때 거창한 말이 필요 없는 것 같다. 그냥 진심이 담긴 인사 한마디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울 거 다 울고 난 후, 나는 다시 일어섰다. 내가 머리 싸매고 누워 있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다시 일어났고, 또다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갔다.
그냥 그렇게 살다 보면 살게 되는 거다. 노래 가사처럼...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
오늘 울었으면 내일은 웃는 일 생길 것이고, 시간이 또 지나가면 오늘의 일들을 누군가에게 경험담으로 이야기할 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힘든 사람들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물어봐 줄 수 있는 것이고, 더 힘든 이들에게는 “거기 어디야? 내가 갈게!” 하며 곁에 있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 힘들다고 내일까지, 나의 미래까지 흐린 날은 아닐 테니까..
진눈깨비가 지고, 내일은 분명 맑은 날이 될 것이다.
공기 좋은 건 덤이겠지!!!
오늘까지만 속상해하자!
또 일어나 줘서 고마워! 여나야!!!
딸에게 쓰는 편지인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하고픈 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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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지금 힘든 모든 이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흐리고 진눈깨비까지 날렸지만 내일은 분명 맑은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늘까지만 울고... 내일은 웃는 얼굴로 다니자고요. 누군가 내게 계속 발을 걸어오면 그냥 일어납시다. 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속상하면 나만 힘드니까요... 그냥 일어서 봅시다. 누가 이기는지... 맞는 사람이 계속 일어나면 때리는 사람도 무서워서 더 이상 못 때릴 것 같네요.
저도 그래서 일어나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