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권태기는 네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란다.
나이 탓이라고 하기보다 환경 탓이라고 하고 싶구나. 삶의 권태기가 느껴진다는 게 분명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슬슬 갱년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하려나? 엄마 친구들도 이런 비슷한 감정이 온다는구나. 물론 코로나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한참 열심히 일해야 할 나이인데,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 하는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닫기도 열기도 뭐 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제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도 많을 때인데... 숨만 쉬어도 들어가는 기본적인 돈이 필요한데 여의치 못하니 한숨만 쉰다. 자신의 집이라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은 그래도 누울 곳이라도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집이 없는 친구들은 매년 너무 급격하게 오른 집값 때문에 같은 동네로 이사 가기도 어렵고 점점 수도권 밖으로 밀려나야 한다며 한숨이다.
처음에는 이런 코로나 상황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것도 일 년째가 되다 보니 코로나 때문에 힘이 든 건지 삶의 권태기가 찾아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예전처럼 친구들이라도 자주 만날 수만 있다면 만나서 먹고 수다 떠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금지가 되어버렸다. 누군가에게 만나자고 하는 것도 미안할 정도이다.
종교에 의지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나마 일반 사람들보다 더 잘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것도 일 년째가 되다 보니 누가 종교인이고 누가 일반인인지 모를 정도로 똑같이 힘들어하고 있다. 줌(zoom)으로 만나 이야기를 하는 건 확실히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지 못하니 수박 겉핥기 식의 만남처럼 느껴진다.
다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누구의 잘못일까? 열심히 살아온 죄도 아니고, 정부만의 책임도 아니고,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들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모르겠다. 누구에게 위로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들 잘 지내는 것인지 아니면 잘 지내는 척하는 것인지...
마스크만이라도 벗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이놈의 마스크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스크 쓰고 걷기만 해도 숨이 차고 이걸 쓰고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대단해 보인다. 몸을 움직여서 땀이라도 흘리면 기분 전환이라도 될 것 같은데, 마스크 때문에 숨이 막혀 외부 활동도 어렵다. 마스크로 숨이 막히고, 거리 두기로 활동 제재로 길이 막히고, 경제활동을 못하니 삶이 막힌다. 삶이란 원래 이렇게 힘든 것일까?
헉... 쓰면서도 계속 숨이 막히는 것 같구나. 엄마가 희망 가득한 말을 해도 부족할 텐데 엄마의 글들을 보면 우울감이 느껴질 정도로 안 좋은 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 하지만 엄마가 정말 쓰고 싶은 말이기도 해. 오히려 행복하고 희망 가득할 때는 엄마가 그 어떤 말을 해도 네 귀에 들리지 않을 거야. 네가 정말로 힘이 들 때, 속상하고 눈물 날 때, 방법을 찾고 싶은데 잘 모를 때 참고서처럼 읽어줬으면 좋겠어. 말 그대로 참고서!! 정답이 있는 해답지가 아닌 참고서란다.
이건 엄마가 겪었던 인생의 문제집이거든. 분명 너는 엄마와는 다른 문제집을 풀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비슷한 문제를 풀 수도 있으니 그런 면에서 엄마가 어떻게 삶의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갔는지 봐줬으면 해.
엄마도 그렇고, 엄마 주변의 사람들을 보더라도 삶의 권태기를 느낀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했을 때 느끼는 것 같다. 열심히 산 사람일수록 삶의 권태기를 느낀다는 것이지. 왜 그런 것일까?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는데...
엄마 생각에는 바로 그 이유 때문인 것 같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자신이 만족하는 결과도 아니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정말 삶의 권태기를 느끼는 것 같다. 이러려고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 이런 결과를 보려고 내가 그동안 그렇게 참고 살았나??
엄마 같은 경우도 그래. 엄마는 주변 사람들이 봤을 때 삶에 대한 태도가 정말 모범생일 거야. 자신이 세운 목표는 거의 지켜가면서 살고 있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 사용하고, 회사도 다니고, 밤이면 또 사람들을 모아서 강연을 하거나 듣거나, 아니면 코칭을 하거나 받기도 하면서 밤 시간까지 꽉꽉 채워서 쓰는 사람이지. 틈나는 대로 아이와 놀아주고, 아이에 대한 신경도 쓰면서 자신의 일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그 누구보다도 놓치지 않고 잡으며 잘 버티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잘 있다가도 이런 삶의 권태기를 자주 맞이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사람일수록 금방 번아웃되는 경우가 많지. 다른 사람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잠을 줄여가면서 노력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어떻게 노력만으로 되니? 절대로 그렇지 않지. 오히려 계획을 세우면 목표처럼 하더라도 결과는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잖아. 그럴 때 오는 좌절감은 정말로 새하얗게 불태워봤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알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세상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이지. 나처럼 돈 없고 백 없는 사람은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안 된다고 하면 길이 없어 보이는 거지.
어느 날 나의 노력에도 빛이 보이지 않고, 진짜 이게 뭔가... 하며 절망감을 느낄 때 한 강사님이 이렇게 말하더라. 그 강사님도 삶에 대한 권태기를 느껴 한 수도원에 가서 묵음 수행을 했는데, 그때 마음속에서 신이 주는 음성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 여기까지 참 잘 왔다.”
나도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이 핑 돌더라. 아마도 그 강사님하고 같은 감정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거야. 그 말의 뜻은 “네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을 느끼는 것이니 이제는 좀 쉬어도 괜찮다. 고생했다. 잘하고 있다”라는 신의 음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삶에 권태기를 느끼고 있니? 네가 전력 질주를 한번 했구나. 잘했다. 잘했어. 어떤 경험이던 엄마는 너를 응원하고 칭찬한단다. 여기까지 정말 잘 왔다고 칭찬해 주고 싶구나. 네가 권태기를 느낄 만큼 너 자신을 태워봤다는 증거이잖니. 그러니까 스스로를 칭찬해 줘라.
“여기까지 진짜 잘 왔다고... 바로 다시 힘을 내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지금은 그냥 좀 있어주렴. 한번 자기 자신을 불태워 본 사람이라면 다시 일어날 힘도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니까 그 시간이 길어진다고 스스로에게 뭐라고 하지 말렴. 늘어져 있어도 괜찮아. 그럴 자격 충분하니까.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도 하지 마. 너는 이미 괜찮은 사람이니까”
삶의 권태기는 네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란다. 너 자신을 토닥여주고, 더 많이 사랑해 주렴. 가장 큰 힘은 네가 너 자신을 믿는 힘이란다.
삶의 권태기로부터 위로받은
엄마가
PS. 엄마가 했던 방법 한 가지를 알려줄게. 엄마는 속상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생각나는 누군가에게 커피 쿠폰이라든지 아니면 그 사람을 위한 아주 작은 선물을 한단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잖아.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한 작은 카드를 쓰면서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에 엄마도 기분이 좋아지더라. 기분전환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 너도 해봐. 자꾸 말하면 잔소리라고 할까 봐... ^^ 알지? 여. 기. 까. 지. 할. 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