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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퀸스드림 Mar 23. 2021

아직도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은 딸에게

나의 찌질한 삶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니... 진짜 감사하다.


‘30년 후,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책 한 권 분량인 25통을 쓰면서 이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잠시 펜을 놓고 한동안 글을 쓰는 것보다 글을 읽는 것에 더 많은 집중을 했는데,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딸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이 생각나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나는 수다쟁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엄마도 나이가 들었는지 수다쟁이가 되어 가는구나. 이 많은 이야기를 네게 다 한다면 정말 너는 엄마한테 질려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엄마는 글로 써 놓기로 했다. 네가 생각날 때 읽어주면 감사한 것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엄마는 엄마의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글로 풀어놓은 것으로 만족할게. 머릿속에 가득 넣고 다니는 것보다 글로서 뱉어놓는다면 훨씬 더 가벼운 마음이 들 것 같구나.



지난번 글들은 조금 힘든 상황에서 쓴 글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일들이 엄마뿐 아니라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일일 수도 있겠지. 그 시기를 지냈던 사람으로서 다음에 또 다른 무언가가 와서 네가 힘들어질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 글을 써보니까 그 글들은 너를 위한 글로 시작되었지만 마칠 때쯤에는 너만을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글이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지금 힘든 모든 사람들을 위한 글이 된 것 같구나. 이 편지를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렸는데 많은 피드백들을 받았단다. 유명하지 않는 엄마의 글이지만 제목으로 어떻게 검색되어 우연히 읽어주신 분들이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을 읽으면서 뭉클했단다.



우울감이 너무 심해져서 어떻게 죽어야 잘 죽을지를 검색하다가 엄마의 글을 본 분이 계셨다. 딸에게 쓰는 편지였지만 자신이 그 글들을 읽고 많이 울었다며 일단 살라는 말이...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이 세상에서 쓸모없다는 생각들뿐이었는데 네게 쓴 편지글을 읽고 다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그분의 글을 읽고 엄마 또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분은 일찍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어느 날 우연찮게 편지글을 읽으면서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주셨을 것 같다면서 엄마가 보낸 편지처럼 글을 읽게 되었다는 분도 계셨고, 한 아버님은 딸아이만 둘인데 다정하게 다가서고 싶은데 이미 서먹한 사이가 오래되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 줘야 할지 몰랐는데 이 글들을 읽고 딸들에게 편지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다는 분도 계셨다. 너무나 힘들 때 우연히 편지글들을 읽고 자신에게 해 주는 엄마의 이야기라 생각돼서 정말 많이 눈물을 흘리셨다는 분들의 메일을 받을 때마다 오히려 엄마가 더 많은 위로를 받은 것 같구나.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다. 나에게 힘들었던 상황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고,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게 감사했다. 그때는 이렇게 힘들 일만 생기는 내 삶이 참 고달프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조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니.... 얼마나 감사한 삶이니... 



진짜 삶은 모르겠구나. 그래서 더 써보려고 한다. 이런 변변치 않는 삶도 어떻게든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또 어떻게든 인연이 될 그 누군가를 위해서...



이 글을 쓰는 동안 또 어떤 일들이 엄마에게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겠다. 여전히 코로나는 진행되고 있고, 매일 같이 400명 이상의 확진자들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두꺼운 옷을 벗게 되고 엄마가 기다렸던 목련이 필 시기가 되었구나. 미세먼지도 걷히고, 따뜻한 햇살 가득 봄날이 오겠지.


추운 날만 있을 것 같더니 이렇게 바뀌는구나.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그래서 살만하다고 하는가 보다.


기대가 된다. 다가올 여름이... 

그리고 우리의 삶이...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이 남은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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