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부 깜지
[2018 가을학기 대학교 멘토프로그램Ⅱ 함께하는 대학생활: 감사하기 中 고마운 사람에게 편지쓰기]
깜지에게
깜지야, 작은 언니야. 맨날 선아언니라고만 했지 ‘작은’ 언니라고는 처음 말하는 것 같다 그치? 지금이 다섯시니까 우리 막내는 지금 아무도 없는 집 안방 침대 위에 엄마 옷을 베고 누워서 세상 모르게 자고 있겠네. 사실 원래 이 편지는 고마운 ‘사람’에게 써야하는 건데 우리 깜지는 깜지가 사람인 줄 아니까 괜찮을 것 같아. 너 거울 보는 거 제일 싫어하잖아. 넌 거울을 볼 때마다 매번 너가 강아지라는 걸 새삼 처음 알게 된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나는 그게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자꾸 거울 앞에 너를 안고 가지. 이게 널 자주 속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근데 나는 우리가 둘이 걸으러 나갈 때, 내가 먼저 나가고 그런 나를 따라오던 너가 현관문을 나오면서 현관 앞 큰 거울 앞에 멈출 때, 그 안에 있는 너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그런 너를 또 내가 바라볼 때 아직도 우리가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모든 면이 거울로 된 엘리베이터 안에 쪼그린 우리 둘이 사방에 비치고 거울을 보면서 눈 마주칠 땐 행복해서 그 무엇도 부럽지가 않아. 함께 해 온 열 여섯해 동안 언니는 깜지한테 배운 게 참 많아. 우선 너 덕분에 언니는 약자에게 가장 약해질 수 있는 사람으로 컸어. 특별히 너한테 고마운 건 그 대상이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거야. 너 덕분에 양보도, 희생도 배웠지. 사실 어제도 사과 한 개 내가 다 먹고 싶었는데 너가 옆에서 쳐다봐서 우리 반 쪽씩 나눠 먹었잖아.
그리고 내가 앉아있는 소파자리로 너가 오면 나는 비켜주고, 내 침대에서 자고 있는 너를 피해 나는 둥그렇게 몸을 말고. 깜지야, 나는 늘 내 인생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결혼은 안 한다, 아기도 안 낳는다 말하지만 사실 너만큼이나 소중하고 그래서 약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를 다시금 버텨내기가 무서울 것 같아서 그래. 언니는 요새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 이제 열일곱이 되어가는 너지만 스물 일곱이 되어가는 나의 하루보다 일곱배는 빠르게 흘러가잖아. 너를 처음 데려오고, 너가 집 안 곳곳을 날라다니고, 큰 소리로 짖고, 산책을 나가면 여기저기 언니를 끌고 다니던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너를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실제로 다가오는 걸 느끼면서 언니는 가끔, 또 오래 침잠해.
항상 같은 곳에 있어주는 널 볼 때면 잘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늘 미안하지만, 내가 너를 생각하는 것처럼 누군가도 언니를 한결같이 여길 수 있도록 매일 조금씩 자란다면, 그렇게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깜지한테 미안한 마음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커지는 날도 오겠지? 미세먼지 좋아지면 우리 빨리 걸으러 나가자 애기야. 내가족, 내동생, 내친구, 우리 깜지. 언니가 많이 고맙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 언젠가 마주할 오랜 슬픔과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초등학교 4학년 때로 돌아가 너를 다시 만나겠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당연히 yes야!
작은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