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부 깜지
꿈을 꿨다. 품에 꼭 안은 깜지를 반복해서 떨어뜨리는 꿈이었다. 안 돼 안 돼 하고 다시 안아올려도 깜지는 자꾸만 떨어졌다. 깨고 나서도 지친 마음은 쉬이 괜찮아지지가 않았다.
어제 새벽에 언니가 왔다. 전화를 끊은지 세 시간도 안 되어 언니는 집에 도착했다. 경북 울진에 사는 언니는 혹시나 깜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본인이 바로 달려오지 못할 것을 늘 걱정하곤 했었다. 저번주 화요일부터 깜지는 매일 새벽마다 숨쉬기 힘들어했다. 이번에도 잠깐 그러다가 다시 원래 숨으로 돌아오겠지 하고 창문을 열고 심장을 만져주며 기다렸는데 평소와 달랐다. 시계를 봤다. 새벽 3시였다. 먼저 엄마와 아빠를 깨웠다.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해도해도 모자란 말들을 전하며 언니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언니는 전화를 받자마자 깜지를 보고 처음에는 울음을 터뜨리며 안 돼 안 돼 했다. 그러다가 사랑해 사랑해 반복해서 말했다. 언니가 바로 갈테니 조금만 기다려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6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 언니가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깜지는 가쁘게 작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하면서 안방으로 뛰어들어오는 언니를 맞이했다.
언니와 나는 깜지를 사이에 두고 침대에 누웠다. 우리는 둘다 깜지를 보고 마주 누워서 깜지가 얼마나 영특하고 귀여운 동생이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학교 다닐 때 엄마가 "언니 깨워!"하면 우다다 침대 위로 올라와 꼬리를 마구 흔들면서 얼굴에 얼굴을 맞대고 킁! 하고 코를 튀기며 잠을 깨웠던 날들, 자다가도 소변이 마려우면 매번 엄마를 긁어 깨워서 베란다 창문을 열게 했던 것, 머리 위로 이불을 숑 씌우면 재빠르게 탈출구를 찾아 나왔던 것, 방울토마토 하나를 주면 신나서 물고 저 멀리로 뛰어가 앞니로 야금야금 조금씩 먹으면서 먹을까 말까 엉덩이를 위로 들고 좌우로 흔들며 장난치다가 깜지야 이름 부르기만 해도 정색하고 바로 와구와구 한입에 먹어버리던 것, 식탐은 또 얼마나 많은지 가족들이 밖에 모두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식탁에 몰래 올라가 먹을 게 없나 킁킁 찾다가 집에 뭘 두고 가 곧바로 다시 들어온 나와 눈이 마주쳐 머쓱한 흰자를 보였던 것, 언니랑 나랑 장난으로 티격태격 서로 때리는 척을 하면 언니에게만 멍멍! 하고 달려들어 점프하며 나를 막아주던 것, 그러다가 엄마가 진짜 언니랑 나를 혼날 때는 저 멀리 바닥에 착 붙어 누워서 눈만 데굴데굴 굴리던 것. 해도 해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엉엉 울고 또 웃으면서 색색 숨을 쉬는 깜지를 보듬었다.
몇 시간 후, 깜지는 단내가 진동하는 딸기냄새에 코를 씰룩씰룩 움직였다. 짓이긴 딸기를 주사기에 담아 입에 넣어주니 물을 넣어줬을 때는 축 늘어져 미동도 없던 혀가 낼롱낼롱 하고 움직였다. 눈도 반짝 빛났다. 그렇게 딸기 한 개를 다 먹었다. 조금 있다가는 나와 깜지의 일상 루틴에 언니도 동참했다. 아침을 먹기 전에 함께 커피를 사러 다녀오는 일이다. 다녀와서 깜지는 아침도 다 먹고 저녁도 다 먹었다. 잘 때는 또 깜지를 가운데 두고 언니와 내가 양 옆에 누웠다. 그 날 밤에는 깜지의 숨이 멈추는 일이 없었다.
언니는 하룻밤을 자고 오늘 다시 울진으로 내려갔다. 언니는 깜지에게 언니 토요일에 또 올게 토요일에 보자 하고 말했다. 깜지도 오랜만에 현관문에서 언니를 배웅했다. 언니가 가고 5시간도 되지 않아 방금도 깜지는 잠시동안 숨이 멎었다. 많이 고되지 않다면, 깜지가 그러고 싶다면, 이번주 토요일에도 우리의 일상 루틴에 언니를 껴주고 싶다. 셋이 함께 커피를 사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