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수가없다>_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by 피터

by 퀴어씨네클럽


‘기묘하다…’ <어쩔수가없다>를 보고 처음 떠오른 생각이었다. 영화는 어느 부분은 좋다가도 어떤 부분은 아쉬운 신기한 작품이었다. 물론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과 특유의 미쟝센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다만 영화 내내 알 수 없는 이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기존 한국 영화들과 닮아있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그 부자연스러움이 묘한 불편감을 주었다. (물론 추석 연휴 꽉 찬 영화관 안, 옆에 앉은 아저씨의 혼잣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믿고 보는 감독의 시대는 지났다.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봉준호와 박찬욱, 그리고 상업적으로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 같았던 최동훈 감독조차도 최근 쓰라린 실패를 맛보았다. 한국 영화의 위기라는 이 일련의 상황들을 보며, 나는 우스갯소리로 ‘감독님들이 하고 싶은 걸 해서 그런 거다.’라고 말했다. 이번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17> 모두 평단의 평은 괜찮지만, 대중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다. 결국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번 작품들이 괜찮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이 영화들이 그들의 최고작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현장스틸

소위 ‘잘나가는’ 감독들은 자신만의 장기가 있다. 박찬욱 감독의 경우 (본인은 잔인한 것을 못 본다고 하지만) 특유의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장면 그리고 블랙코미디 연출의 대가이다. 이번 <어쩔수가없다>에서도 ‘고추 잠자리’ 장면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만 박찬욱 감독의 장기를 뽐내는 장면들 외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전작 <헤어질 결심>은 장면과 대사 하나하나가 빛이 나고 기억에 오래 남았는데, 이번에는 무언가 허한 기분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감독들이 잘하는 것을 해야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고 나아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근본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영화가 예술이라는 것은 영화학도로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정의이다. 예술은 창작자의 의도가 중요하고 자유가 지켜져야 하는 것일 텐데, 감독 마음대로 하지 말라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어쩔2.jpeg 영화 <어쩔수가없다> 현장스틸

영화는 다른 예술들보다 더 돈이라는 것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어쩔수가없다>는 제작비로 170억원이 들었고, 작은 단편영화를 찍는 데에도 몇백에서 몇천만원이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이야기 창구가 아닐까 싶다. 완전한 독립영화를 지향하는 몇몇 감독들을 제외하면 영화의 흥행은 평생의 숙제일 것이다. 거장 박찬욱 감독도 공공연하게 천만 영화에 대한 꿈을 드러내고는 한다. 이번 <어쩔수가없다>도 대중들의 사랑을 꿈꾸며 만들었다. 슬프게도 통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여기서 창작가의 자유를 담은 예술인 영화와 돈을 벌어야 하는 상품인 영화, 둘 사이의 괴리가 생긴다. 나 역시 돈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본주의 시민이자 감독들이 잘하는 것을 뽐낸 재미있는 작품을 보고 싶은 소비자로서의 자아와 영화가 예술임을 포기할 수 없는 예술인(?)의 자아가 충돌한다. 내가 함부로 판단하고 어느 쪽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영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창작자들을 응원하고 싶다.


감독님들 미안해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흥행은 보장 못하지만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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