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_예술가의 삶이란

by 에바

by 퀴어씨네클럽

오래 전에, 세간을 들썩인 스캔들이 있었다. 영화감독과 여배우의 불륜. 바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배우의 이야기다. 이 일로 인해 감독의 영화는 더욱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영화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선뜻 말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영화 속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과 더불어 여성과의 사랑에 결국 실패하는 루저 남성이 나오는 ‘홍상수’ 영화는 어떤 클리셰가 되었다. 나 또한 그런 이유로 얼마간 그의 영화를 외면했다. 홍상수 영화는 보지 않겠다는 괜한 도덕심이 일어나 나름 불매운동(?)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홍상수라는 예술가를 보며 작품과 예술가 사이에 놓여진 도덕성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했었다.



자연이2.jpeg 영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에서

예술가의 사생활과 작품을 분리하여 바라볼 수 있는가? 이것이 스스로 늘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했을 때,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우디 앨런의 영화가 취향이지만, 그의 여성편력으로 인해 우디 앨런이 좋다고 말하기 망설여질때가 있다. 어느 날, <원더 휠>이라는 영화가 좋았는데 감독을 찾아보니 우디 앨런이었고, 하지만 그의 개인적 서사를 알게 되었을 때는 나 자신이 그렇게 싫었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인간이 만든 영화가 좋았다니. 그러다 홍상수 영화를 두 편 봤다. 실제로 불륜의 시초였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전자는 감독의 사생활을 알게되어버려서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아 불편하기 그지 없었고, 후자는 정말 아름다운 영화였다. 당시 주연배우였던 유준상 배우가 ‘무릎팍도사’에 나와 영화를 찍으며 홍상수 감독이 영화를 찍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해줬던 것이 기억나 우연이 만들어내는 영화가 이런 것일까 흥미로웠다. 우디 앨런에서 느꼈던 그것처럼,


홍상수 영화는 내게 양가적인 감정을 들게 만드는 클리셰로, 그렇게 남았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전작<여행자의 필요>의 베니스영화제 축하자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영화에 출연하는 강소이 배우 부모님이 지방에서 전원생활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된 영화. 주인공 ‘동화’는 예술가(라고 본인을 생각한)다. 자신의 구형 자동차를 끌고 전원생활을 하는 여자친구의 부모님 댁에 방문하게 되고, 그 곳에서 여자친구의 가족들과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가족들은 딸이 좋다고 만나는 시인 남자친구를 존중하면서도 툭,툭 무시하는 발언을 뱉는다. 참지 못한 여자친구도 이렇게 말한다. “왜 그렇게 모르는 걸 좋아해? 아는 건 어디로 갔는데? 어떨 땐 모르는 걸로 도피하는 것 같애” 예술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동화’는 ‘여자친구’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하고, 여자친구의 ‘담배 한 대 펴’ 라는 말에 현실 속에서 겨우 숨을 뱉는다. 여자친구의 가족은 ‘동화’가 없는 곳에서 그의 뒷담화를 한다. 그동안, 동화는 시를 쓰거나 무엇인가 관찰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보내고 있다. 그의 말대로 보고 싶은 것들을, 맘껏, 본다. 만취해 여자친구의 가족들에게 못볼 꼴을 보인 후에도, 자신 만의 세계에 빠져 발을 헛디기도 한다.


‘동화’를 보며 나름대로 정리된 것이 있다. 그래서, 예술가(라고 본인을 생각하는) 그의 세상을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필요가 있는가. 사실 동화에게 가해지는 대사들은 나마저도 움찔할 정도로 현실 그 자체다. ‘그래도 아버지가 뒤에 계시잖아요’, ‘인정해야지, 인정해’와 같은 말들은 나만의 세계를 구축해보겠다고 나선 예술가들을 종종 괴롭게,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말들. 거리낌없는 대사들이 영화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아마 감독 자신도 늘 스스로에게 되물었던 생각들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영화에 조금씩 묻어있었던 게 아닐까.


픽션 영화라는 건 결국 판타지다.


하지만 홍상수의 영화는 판타지가 아닌 것 같다. 판타지로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이 그가 사랑받는 예술세계일지도 모르겠다. 동화도, 홍상수도 그저 한 개인일뿐이다. 여기저기서 말로 얻어터지는 찌질한 인간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담배 한 개피의 시간으로 고유의 예술영역을 지켜나가는. 이제는 그에 대한 양가적인 마음을 가지기보다는 그냥 내버려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말던, 그저 앞으로 이 예술가가 또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조적 이야기를 하는지, 지켜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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