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키17>_대화와 타협

by 도롱

by 퀴어씨네클럽

봉준호 영화 속 인물들은 부조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대화와 타협을 시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살아남기 위한 대화와 타협은 실패하고 만다. 그 결과는 피를 보는 반 쪽짜리 타결 또는 다 함께 자폭하는 길뿐이다. 영화에서 그는 이제껏 어떠한 희망도 보여주 지 않았다. 그가 달라졌다. 어떤 영화에서도 꺾지 않았던 자신의 신념을 이번 <미키17>에서 꺾은 것이다. 세상은 원래 이런 거야. 바뀌지 않아. 영화를 보며 무력감만을 들게 했던 그였는데 그 강철 같던 신념을 바꿔서 컴백했다. 영화 보기 전 그의 이전 작품을 바탕으로 <미키17>을 상상했었다.


미키1.jpeg 영화 <미키17>에서


독재자가 지배하는 행성.


주인공은 그곳 벗어나려 몸부림치는데 그럴수록 시스템 안에 더 갇힐 수밖에 없는 탈출 실패의 서사

사법 시스템 내에서 연쇄살인범을 놓친 형사<살인의 추억>, 도축 농장에서 돼지들을 구출하지 못한 소녀<옥자>, 몸부림쳐도 지하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계급 <기생충> 등. 그의 영화에서는 하층 계급이 시스템을 절대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이런 어두운 이야기가 또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미키는 자신의 일부를 잃으면서(미키18), 공공의 적(독재자)을 파괴했고, 종국에는 복제 프린트기(악의 근원)를 폭파하면서, 부조리 시스템을 완전 없애 버렸다. 아주 깔끔하게.


현재 우리 사회는 계엄을 일으킨 파렴치한의 구속 이후 그의 파면을 기다리고 있다. 당연히 탄핵의 여론이 압도적이라 생각했는데, 반대 진영이 무섭게 세를 모으는 중이다. 겁난다. 혹 양 세력이 비등해져, 대화와 타협의 시간이 찾아오게 될까봐. 너랑 나랑 모두 잘못한 일이니 모든 걸 덮고 새로 시작하자는 계략들이 판을 치고 그것이 또 먹힐까 겁난다. 끊임없이 겪고, 숱하게 당했지만 또 당하는 역사가 또 되풀이될까 두렵다. 그랬는데. 애초에 말이 통하지 않은 상대와 대화와 타협은 없다, 제거뿐이다는 명쾌한 사실을 알려주는 봉준호의 <미키17> 덕에 불안함이 많이 사그라들었고 마음 한켠에 큰 위로가 됐다. 그리고 그의 강한 의지로 (탄핵 기각이라는) 불온한 가능성마저 완전히 차단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그의 변화가 진심 더 반가웠다.


바뀐 봉준호 감독을 따라서 나도 그의 도전적인 가치관에 희망을 걸어보려 한다. 그의 신념도 오랜 시간을 거쳐 바뀌었으니, 내가 발 딛는 이 세상도 변할 수 있을 거라 희망을 한번 걸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뜬구름을 잡는 허상은 아닐 거라는 나만의 꽃밭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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