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누벨바그>_꼴값

by 피터

by 퀴어씨네클럽

멋있어 보이는 것과 꼴값 떠는 것은 한 끗 차이 아닐까? 언제 어디서나, 심지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괴상한 사람, 자신만의 길이 너무 확고해서 영화 제작자와 싸움도 불사하는 괴팍한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는 그 특이한 성격만큼 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다만 그의 작품이 현재까지 회자 될 정도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그저 성격 더러운 영화감독으로만 남거나 잊히지 않았을까?

꼴값장뤽.jpg 영화 <누벨바그>에서

지금 내가 <네 멋대로 해라>를 촬영하기 전 시점의 고다르를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 지독한 컨셉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누벨바그>를 보면서 나는 그가 꽤 멋지다고 생각했다. 현실의 나라면 이상하게 생각했을 그 모습을 멋지다고 생각한 것이 그가 이루어 낸 성취의 후광 때문인지 흑백으로 그려낸 그 시절 프랑스의 멋진 모습 때문인지


아니면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인물이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예술가들은 특이하다는 고정 관념이 있다. 성격이 유별나다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혀를 끌끌 찼던 적이 몇 번 있다. 그러나 <누벨바그>를 보며 고다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일관적이지 않은 나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기 힘든 한국 사회에 길들여져 버린 내가 표준에서 벗어나 통통 튀는 예술가들을 보며 언짢게 생각한 것 아닐까?


사실은 나도 처음부터 틀에 갇힌 사람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또래 남자아이들과는 다른 성격과 취향을 가진 나, 그런 내 모습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조차도 남들과 다른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튀는 부분을 숨기고 소심한 성격이 되어갔던 것 같다. 예술가를 꿈꿨던 마음도 그때 함께 잘려 나간 건 아닌지 슬프기도 하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예민하고 뾰족한 감각이 예술의 시작일 텐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들과 같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일단 선입견을 품게 된 내가 슬프면서 반성이 되었다.

누벨1.jpeg 영화 <누벨바그>에서


그런 부분에서 프랑스나 서구 문화의 개방성과 쌓아온 유산에 부러움을 느꼈다. 영화에서 인물들이 줄줄이 늘어놓는 격언을 남긴 인물들처럼 영화, 나아가 문화 전반에 있어서 서구권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물론 동양의 인물들이 조명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남들과 다르면 뒷말부터 나오는 경직된 우리 사회가 수많은 새싹을 잘라버린 건 아닐지 생각해 봤다. 고다르에게 영향을 미친 수많은 예술가들 그리고 고다르를 선배로 둔 감독들을 생각하며 참 부럽다고 생각했다.


지금 한국 영화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수많은 플랫폼과 영상 콘텐츠의 등장에 영화의 정의 조차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고다르와 누벨바그 영화감독들이 당시 정체되어 있던 영화계를 흔들어 놓은 것처럼 위기의 영화계를 흔들 새로운 흐름이 올 수 있을까? 영화를 좋아한다는 나조차도 색안경을 끼고 지켜보지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그리고 꼴값 떤다고 생각했던 예술가들에게도 사과를 전하고 싶다. 활짝 열린 마음으로 한국 영화와 세계 영화계의 누벨바그를 꿈꿔본다.

작가의 이전글영화 <여행과 나날>_혼자 하는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