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_모든 처음에게

by 도롱

by 퀴어씨네클럽

첫 연애를 시작한 8년 전의 그날, 우리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러 극장에 갔다. 설렘으로 가득한 연애 초반, 애인과 나는 영화 속 엘리오와 올리버의 관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그 감정에 젖어 들었다. 영화는 첫사랑의 아련함, 그리고 사랑하는 대상의 이름을 부르며 나를 알아간다는 철학적 메시지가 감정과 이성을 동시에 자극했다.

콜미1.jpeg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에서


“난 올리버, 넌 엘리오.” 우리는 각자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며 한껏 몰입했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길 한복판에 한참을 서서 영화가 너무 좋았다며 서로의 감상을 나누었고, 그 대화만으로도 밤을 새울 수 있을 만큼 영화에 취해 있었다. 설렘 가득한 연애 초반에 이토록 잘 들어맞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다. 영화의 감상은 자연스레 서로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시작은 애인의 한마디였다.


“나도 엘리오처럼 비슷한 추억이 있어.”

애인의 첫사랑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건드려선 안 될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렸다. “첫사랑? 누구? 언제?” 애인은 솔직한 성격답게 학창 시절 첫사랑의 기억을 꾸밈없이 풀어 놓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반 친구와의 첫 만남 이야기였다. “그랬구나, 그런 기억이 있구나.” 나는 대수롭지 않은 척 반응하면서 상대에 대한 구체적인 인물 묘사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우리 저녁은 뭐 먹을까?” 그러나 눈치 없는 애인은 멈추지 않았다. “걔가 축구를 좋아했는데, 같이 수업을 듣다가….”또 다시 나는 다른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애인은 고구마 줄기처럼 끝도 없이 첫사랑의 추억을 소환했다. 듣다 듣다 점점 참을성이 바닥나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를 애인으로 생각은 하는 거야?’, ‘만난 지 100일도 안 됐는데, 이렇게나 눈치가 없을까.‘결국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질투와 자존심이 뒤엉킨 채,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고 말았다.


“너보다 엘리오가 더 잘생겼어!”

어이없다. ‘정녕 내 입에서 나온 말인가.’ 말인지 방구인지. 앞뒤 맥락에 도저히 맞지 않는 말의 등장에 나조차도 어이가 없었다. 그 말에 훈훈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애인은 어떻게 자신과 엘리오를 비교할 수 있냐며 입을 닫아 버렸다. 듣기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될 일이었는데, 괜히 자존심이 앞서 화를 돋우는 말을 해버린 것이다. 아차 싶은 난 뒤늦게 사과하고, 싹싹 빌어야 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서야 애인은 내 사과를 받아줬다. 너무나 다행히도.


콜미2.jpeg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에서


그로부터 8년이 흘렀다. 영화가 재개봉한 지금, 상영관이 많지 않아 “이 정도면 보지 말란 거지?”라며 투덜거리면서 시간을 내 극장에서 보았다. 그런데 다시 보니 확신이 들었다. 이 영화만큼은 그런 수고로움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8년이 지나 다시 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엘리오와 올리버의 시작은, 곧 그때 우리의 시작을 떠올리게 했다. 역사적인 첫 싸움까지도 함께. 영화 한 편의 감상으로 무려 8년 전의 공기와 감정, 상황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한 이 영화는 그렇기에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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