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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자무 Apr 17. 2022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리뷰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엄청난 영화를 보고 왔다. 2020년대 최고의 영화라고 사람들은 이미 결정해버렸다.

로튼토마토, IMDB 평점이 엄청나게 높은 것을 보고 기대치가 높았는데도 기대 이상이었다.


스포를 하지 않으면서 과연 내가 잘 소개할 수 있을까.


트위터에서 랜덤하게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보고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구글링해봤다.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이민 여성이 어떤 능력을 갖게 되는 사이언스픽션 영화라는 것만 보았고 누군가가 최고의 영화라고 했으면 평타는 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예매를 해봤다. 마침 윗층에 사는 뉴욕대 영화과를 나온 이웃을 길에서 마주쳐 같이 보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셋이 그렇게 주말 정오에 집앞의 AMC 영화관으로 갔다.


두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쥐락펴락 웃기고 울렸다. 영화가 끝나고 집에 가기 전 근처 피자집에서 다들 슬라이스 피자 한조각을 시켜놓고 후기를 늘어놓았다. 그 영화과 친구는 사실 진짜 어제 저녁까지 별 기대 안되고 자기 취향 아닌 것 같아서 취소하려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이거 진짜 대박이라고, 덕분에 좋은 영화 봤다고 너무 고맙다고 했다. 어찌나 크게 웃고 크게 훌쩍거리며 울던지 ㅋㅋㅋㅋ 그리고 3월에 개봉했다는 건 엄청난 자신감이라고, 깐느고 아카데미고 뭐고 그냥 자기네는 택스 시즌에 내겠다고 작정한 것이라며, 어제밤 세금 신고로 고생한 자신이 보였는데, 아마 다른 관객들도 핵공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참고로 영화는 이 주인공이 세금 신고를 하러 미국 국세청 IRS에 가는 것으로 시작하고 주요 장소가 세탁소와 국세청 거의 두 군데 뿐이다. 그래서 세금 신고를 하러 가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정신세계가 멀티버스를 왔다갔다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미국인들이 느끼는 공감과 재미가 확실히 배가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띠용스러운 말도 안되는 코미디 요소들이 쏟아지는데 이게 무리수라는 생각이나 작작했음 좋겠다는 생각 같은 건 들지 않을 정도로 잘 빚어냈다. 개소리를 너무 잘 빚어냈다. 무리수를 던지는 영화는 많고 그런 영화는 관객들이 오글거림을 느끼거나 그들의 비웃음을 산다. 근데 이 영화는 그런 무리수를 헐리웃의 상업성, 대중성으로 버무려서 너무 잘 만들었다. 역시나 또 그 영화과 친구가 말해줬는데, 나는 크레딧이 올라가고 DANIELS가 만들었다는 글을 보고도 다르덴이나 워쇼스키처럼 형제인가.. 했는데,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만든 듀오 감독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까 이런 영화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엄청 훌륭하진 않았지만 신선하고 재밌게 봤던 영화였는데, 그 광기가 엄청 세련되게 진화한 느낌이었다. 보면 알겠지만 그래픽과 컨셉아트가 매초 매초 정성이 느껴지는 애니메이션 같은 영화였다.


멀티버스를 다룬 다른 영화들과도 비교가 되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 광고에 닥터 스트레인지 광고가 나왔었는데, 스파이더맨은 그렇다쳐도 이 영화 때문에 이제 멀티버스 컨셉의 영화는 한동안 칭찬을 듣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멀티버스도 그렇고 페미니즘, LGBTQ 등 동시대를 너무 잘 담았다. 현대의 이 미친 세상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그리는 '오징어 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컨텐츠가 주목받는 요즘 동향이 너무나 불만족스러웠던 나에게는 특히나 유머와 선함으로 버무려지는 메세지와 메소드가 이 영화를 극찬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다.


양자경이 출연한 다른 영화를 보지 않았던 터라 몰랐지만, 얼굴이 익숙하다 싶어서 찾아본 양자경의 필모는 액션물로 가득했고 그건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이 영화 자체가 양자경이라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느낌이었고,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양자경도 이 영화에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담은 인터뷰 영상이 있었다. 영상을 보고 나도 눈물이 날 뻔 했는데, 스크립트를 읽은 순간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훔치고, 오랜 시간 자신이 기다려왔던 것이라고. 팬들, 가족들, 관중들에게 자신이 웃길 수 있고, 진짜이며, 슬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니엘스가 양자경에게 선물한 영화를 보면서 옆에서 같이 우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양자경의 남편으로 나오는 배우 역시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남자친구가 어머 인디애나 존스에 나왔던 애기였네! 하고 목소리가 똑같다고 신기하다고 했는데, 현실에선 동양인 배우가 얼마 없어 그 뒤로 활동을 얼마 못했고, CRAZY RICH ASIAN을 보면서 이제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으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영화를 찍게된 자신의 삶에 너무나도 감사한다고. 흑흑


최근에 본 픽사의 TURNING RED에 대실망을 하고 이 영화와 비교가 된 점이 있었는데, 현실적인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 그리고 이민자 가족의 모습을 그린 점에서도 또 이 영화가 좋았다. 음악도 좋았는데 크레딧이 올라갈 때 SON LUX가 음악을 했다그래서 또 놀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러머 IAN CHANG이 소속된 밴드다ㅎ.ㅎ


컨셉, 비쥬얼, 액션, 내러티브, 메세지 어떻게 이렇게 다 좋을 수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해를 거듭하며 느끼는 거지만 인생에는 유머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내일 또 보러 갈까 싶다.


A24 전부터 너무 좋아해서 영화 제작사지만 웹사이트 들어가서 굿즈 구경하고 있는데 이거 너무 웃기다 ㅋㅋㅋ


보고나면 빵터지는 단어들 - 라카쿠니, 핑키쿵푸, 벌스점핑

한국 개봉 빨리해서 친구들하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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