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리뷰 pt.5 - 뒷풀이 같던 마지막 날
3월 27일 일요일
READING: HANIF ABDURRAQIB
CORNELIUS EADY TRIO
BANG ON A CAN ALL-STARS: AUTODREAMOGRAPHICAL TALES
GEORGE
YVES TUMOR
2022년의 빅이어스 마지막날 프로그램은 정말 이상했다. 존존에게 몰아준 것인지, 볼 공연이 그닥 없었다. John Zorn의 공연들은 다 베뉴가 꽉차 사람들이 다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래도 나는 이날 하닙 압두라킵의 리딩을 봐서 행복했다. 그는 이 모든 페스티벌이 모두 날 위한 오프닝이었다고 농담하면서 시작을 했다. A Little Devil in America의 몇 부분을 맛깔나게 읽어주었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에 대해, 또 그 일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말하면서 '슬픔은 내가 갖는 감정이 아니라 슬픔이 내 주인이다. 슬픔이 바로 지주이며 언제든 나에게 나타나 착취를 해갈 수 있는 존재'라고 하는 게 기억에 남았다. 리딩이 끝나고 내용이 너무 맘에 들어 그가 읽은 책을 샀다. 그리고 줄을 서서 사인도 받아 뿌듯했다. 이렇게 작가 사인회에 줄을 서서 사인을 받은 적은 또 처음이었다. 그의 리딩을 녹음한 것을 나중에 들으면서 함께 읽어야지.
GEORGE의 공연이 또 기대치 않은 큰 감동이었다. 비트를 종잡을 수 없는 존 홀렌벡의 드럼과 신들린 듯한 희한한 소리를 내는 보컬과 색소폰 오로라 닐랜드, 그리고 색소폰과 플룻 연주가 대단했던 안나웨버의 조화가 잘 맞았다. 특히 오로라 닐랜드의 보컬이 너무 신기했다. 그녀가 Bang Bang을 부를 때 무섭듯이 신기했는데 박자가 밀렸다가 몰아치면서 스스스스스스스스쉬워즈, 브브브배뱅배배앵 이런 소리로 노래를 했다. 그리고 다 부르고 나서도 눈에 광기가 남아있어서 무섭기도 했지만 고유한 방식의 창법이었고 나는 굉장히 좋았다.
https://johnhollenbeck.bandcamp.com/track/proof-of-concept
이브스 튜머 YVES TUMOR의 공연은 기타 사운드가 엄청 좋았다는 것 빼고는 상당히 별로였다. 가장 기대를 많이 했던 공연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그것도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치고 실망스러웠다. 모지스 섬니가 헤드 라이너라고 봐.. 보컬은 나르시시즘에 빠진 듯 했고 자꾸만 관객을 앞으로 더 다가오라며 안전거리를 지키고 있던 관객들을 선동해댔다. 자꾸 기타리스트를 가해하듯 연주하고 있는데 수건으로 얼굴을 덮거나 팔로 목을 두르고 괴롭히는 것 같은 모습이 너무 싫었다. 관객들도 어디서 갑자기 십대가 몰려왔는지 삼일 내내 안보이던 젊은이들이 몰려와 슬램을 하고 난리가 났었다. 음악이라도 좋았으면 그런 것이야 감안하련만 앨범으로 들었을 때 신선했던 사운드는 일개 밴드사운드로 단순하게 납작해졌고 가사도 들리지 않아 소리만 박자에 맞춰 왁왁 대는 것 같았다.
어제 너무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기에 이 날은 정리하는 마음으로 보았지만서도 주말만 오는 사람들도 많았을텐데 일요일을 이렇게 시시하게 짜놓은 스케쥴은 의아했다. 엘레나 무리와 함께 그들의 차를 얻어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오늘 하루종일 JOHN ZORN의 공연을 봤고 너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날 7시에 공항을 가야했기 때문에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엘레나가 자기가 취미로 했던 노래영상을 보여주고 바에서 공연했던 영상들을 보여주었는데 노래를 정말 잘해서 신기했다. 지금은 원자력발전쪽의 연구소에서 일을 하는데 이렇게 예술적으로도 끼가 많다니. 엘레나가 부른 빌리조엘의 NEW YORK STATE OF MIND는 여느 재즈가수 버전보다도 좋았다. 뱅온어캔의 공연을 봤을 때 4월 말 뉴욕에서 열릴 LONG PLAY FESTIVAL을 광고했었다. 엘레나와 그녀의 남자친구가 그 페스티벌을 보러 뉴욕에 올 수도 있대서 다시 만나면 참 좋겠다고 마무리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4년 만에 연락을 해서 페스티벌을 갈 것이라고 하니 망설임도 없이 자기 집에 머물라며 초대를 해줬던 엘레나에게 너무도 고마웠다. 4년 전의 빅이어스와 올해 중에 뭐가 더 좋았냐고 나에게 그들이 질문했다. 그러고보니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두 경험이 너무 달랐고, 다른 면으로 각각 좋았다. 4년 전에는 이런 파라다이스 같은 페스티벌을 발견했다는 기쁨에 첫경험으로서 기쁨이 컸고,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가서, 그리고 엘레나의 집에 묵으면서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 사촌동생과 함께 어울려 즐거움이 컸다.
공연할 때 뮤지션들이 자주 그런 말을 했다. 진짜 상투적인 말이겠지만 이 페스티벌이 최고의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공연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 오게 돼서 영광이다. 등의 말들을 했다. 나는 그들이 진심으로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빅이어스 페스티벌은 관객들에게도 소중하지만, 뮤지션들에게도 소중한 페스티벌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