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ckland, NZ_The king of K-road
오클랜드의 시내에는 빈티지 상점과 레코드 가게 등이 있는 케이로드K-Road가 있다. 이름만 본다면 오클랜드의 한인타운 같지만 카랑가헤이프 로드Karangahape Road의 이니셜을 딴 애칭이다. 빈티지 옷가게, 레코드 가게, 바 등이 모여있는 대로여서 현지인과 관광객이 모두 즐겨 찾는 곳이다. 케이로드의 락샵Rock Shop이라는 음악 장비 상점의 벽에는 유명 뮤지션들이 작고하면 그라피티가 그려진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데이빗 보위David Bowie 그림이 있었고, 떠날 때에는 프린스Prince의 그림이 있었다.
케이로드의 중앙에는 세인트 케빈 아케이드Saint Kavin Arcade라는 건물이 있다. 그리고 그 앞의 벤치에는 이따금 케이로드의 왕이 나타난다. 현지인 친구들 몇몇이 나에게 그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봐서 알게 되었다. 케이로드의 왕? 뭐하는 사람인데? 하고 물으면 멋진 시인이 있다며 언젠가 나도 한 번쯤은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정말 어느 날 그를 보았다. 세인트케빈 앞의 벤치에 앉아 시집을 만들고 계셨다. 너무 반가웠다. 나는 시집을 사려고 다가가 인사를 했다. 친구들에게 많이 들었다며 만나서 반갑다고 했다. 시집이 얼마냐 묻자 오 달러라고 했다. 그냥 집어가도 좋다고도 했다. 그는 스탬프로 한 자 한 자 자신의 시를 찍어내고 있었다. 엽서 크기로 잘린 책의 하드커버에 종이를 접어 붙여 한 편의 시가 들어있는 작은 책을 만들고 계셨다.
그의 이름은 데이빗 머릿David Merritt이다. 데이빗은 과거에 교수였으며, 컴퓨터를 다뤘었다고 했다. 인터넷이 만들어질 때 한몫했던 똑똑한 사람이라고.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을 다니던 시절 80년대쯤에 이메일 주소를 만들었다고. 그리고 레인지로버가 다섯 대가 있으며 그만큼 많은 전부인이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Oh~ 할 때마다 그는 Oh, She said.라고 했다. 그는 유아 뻐니, 쏘 뻐니, 하 하 하. 를 계속 반복했다. 나에게 왜 오클랜드에 있냐고 물어 그냥 있다고 했다. 오클랜드에 와서 그냥 지내고 있으며 오클랜드는 오디오 파운데이션 Audio Foundation라는 멋진 공연장이 있어 좋다고 했다. 그는 매우 좋아하며 오디오 파운데이션이 좋다고 한 타지인은 처음 본다며 "You’re a child of universe!"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냐고 되묻자 "아니야 어떤 이들은 그들이 태어난 곳의 아이들이지. 그들은 그들이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살아."라며 박스를 깨고 나온 것을 축하한다고 했다. 커피를 마시지 않겠냐며 길 건너 코픽스Coffix를 가리키며 저곳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자기 이름 데이빗을 말하면 커피를 그냥 준다고 했다. 그래서 정말 케이로드의 킹인가 봐요, 했더니 이디엇 킹 오브 케이로드라며 "난 멍청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말을 하며 특정 단어들을 반복했다. 이디엇 킹 오브 케이로드. 암 이디엇. 암 이디엇. 유아 쿨 펄슨. 쿨. 쿨. 이런 식으로. 중간중간 놓치지 않고 내 모든 oh 들에 oh, she said(오, 그녀는 말했다)라고 받아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침 길을 건널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그 코픽스 카페는 문을 닫아 대신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메로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메로나를 사 왔다. 담배 한입, 메로나 한입을 먹어가며 더위를 식히면서 그의 시 중 "Geek Prayer"를 읽었다. 그 시는 이렇게 시작했다.
주여,
우리가 성공적으로 네트워크 게이트웨이를 리부트 할 때,
TCP/IP 쉐이핑 스크립트를 재시동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