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

1월

by 천성식




새해가 됐다. 지금까지의 새해맞이 중 가장 고요한 날이었다. 새해가 시작된 후로 시간이 세배는 빨리 흐르는 느낌이다. 그래서 12월부터 준비를 해야 했건만ㅡ 어쨌건 대충 정리를 시작했다. 새해 소원? 은 지금까지 들어준 적이 없으므로 새해 목표만 정리해야겠다. 일단 1월의 가장 큰 이벤트는 나고야 여행이다. 동행들이 일본을 여기저기 많이 다녀와서 다수결로 결정된 나고야행. 도쿄, 오사카는 뭐 대학시절이든 출장이든 다양한 이유로 많이 갔다 왔겠지 싶었지만 미야자키나 가고시마 같은 곳까지 갔다 왔을 줄은 몰라서. 결국 후보지 중 그나마 공항이라도 있는 나고야가 결정됐다. 프리랜서인 친구는 거의 뭐 여행유투버급으로 싸돌아다녀서 좀 부러웠다. 여행지를 정하다 보니 일본 지도도 외워버렸다. 일행들이 밀었던 여행지로는 미야기(센다이), 히로시마와 다카마쓰가 있었는데 일본을 많이 안 가본 나와 달리 여행 다음 주에도 오키나와를 가는 놈은 히로시마를 밀었고(단순히 안 가봤다는 이유) 일본 도시는 너무 많이 가서 시골 쪽으로 가자는 애(프리랜서)는 미야기를 밀었다. 이 친구는 한국에서도 비교적 교외에 살고, 일본 여행 중에서도 버스 1시간 간격으로 있는 미야자키가 기억에 남았다고 하길래... 나는 적극적으로 저 2개+다카마쓰를 거르고 나고야를 밀었다.(원래 교토 근교나 규슈 쪽을 밀었는데 다들 한국인 많이 가는 곳은 싫어해서...) 휴가를 좀 더 쓸 수 있었으면 뭐 더 멀리도 갈 수 있었을 텐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나고야로 결정이 났다. 나고야는 여행지라고 하기 애매한 대도시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울산 정도의 물가에 대전 비슷한 노잼도시 이미지라고 한다. 하지만 국내 대도시 중에서 대전에 제일 마음이 갔던 나는 그리 흠 같진 않았다. 나고야 여행지를 대충 찾아보다가 지브리 파크를 봤는데 나 말고는 이런 서브컬처에 관심 없는 애들이라 내가 적극 추진해서 지브리 파크를 넣고 예매까지 마쳤다. 나름 지브리 작품은 이것저것 봤다고 생각했는데 리스트 보니까 생소한 작품이 꽤 있어서 여행 전까지는 보고 갈 예정이다. 한창 극장에서 했던 그어살 < 못 본 게 좀 아숩. 일행 중에 일본어 좀 하는 사람 있으면 좋은데... 수차례 다녀왔음에도 파파고면 다 된다길래 뭔가 좀 못 미덥긴 해서 속성으로 회화라도 공부할까 한다. 중학교 때 일본어 잠깐 배운 적이 있는데, 히라가나 가타카나도 솔직히 기억 안 나고 그 이후 정규 교과에서는 중국어만 선택해서 거의 맨땅에 헤딩 수준이다. 일본 표나 간판 보면 한자도 와세이칸지라고 해서 내가 아는 한자랑 다르다 보니 자격증 공부한 거 아무 의미 없다.. 그리고 일본 발음은 어떻게 유송이 아리마츠가 되는 것인지?! 유송 유송 해도 못 알아들을 거 생각하니 웃기다. 아무튼 여행 전까지는 지브리 작품만 볼 건데, 마루 밑 아리에티, 마녀배달부 키키, 바다가 들린다, 바람이 분다, 코쿠리코언덕에서 이 정도는 봐야 할 것 같다. 지브리의 천재들이라는 책도 주문했다. 지브리가 그래도 좀 규모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출이나 인지도에 비해 직원 수는 정말 적어서 그것도 놀라웠다.



다음은 건강을 위해서... 올해도 몇 차례 실패한 금주하기 + 의사인 친구가 자기는 피자 안 먹는다길래 그 얘길 몇 번 하다 보니까 나도 피자 끊어볼까? 생각이 든다. 지금 집 이사 오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피자 한번 먹는.. favorite가 피자였던 사람인데. 일단 짠 건 둘째치고 탄수화물 폭탄이라 걍 건강에 너무 안 좋지 않나ㅡ라는 뉘앙스의 말을 30분 정도 들어보니까 안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건강을 위해 xx까지 해봤다 시리즈에서 내가 해본 건 하나도 없고 예전에 한약 먹을 때 튀김 라면 안 먹은 정도? 가 전부여서 솔직히 얼마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액상과당 끊기. 이것도 꽤 난이도 있지만? 일단 난 작년(2023) 하반기에 탄산수로 콜라 대체하는 연습을 좀 했고.. 잘만 하면 콜라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제로콜라 <도 위험한 게, 이거 먹다 보면 콜라를 아예 끊을 수 없어서 공짜로 주거나 세트메뉴로 주는 콜라, 혹은 제로콜라 안 파는 식당에서의 콜라는 마시게 됨. 음식에 대해서는 사실 엄청 관대한 편이라 샐러드 챙겨 먹고 식단 지키는 거 살면서 해본 적이 없지만 진짜 건강 훅 잃은 윗사람 몇 명 보면 좀 무섭지 않나? 생각이 든다. 요즘엔 20대도 당뇨에 걸린다던데. 그래서 암튼 뭐 걍 이 정도? 피자 끊기 액상과당 끊기 딱 2개임. 초코? 커피? 이런 거는 일단 생각만 해보려고 함. 커피는 올해 몇 달 끊어봤는데. 뭐 예전처럼 아메리카노 꼭 마셔야 하는 그럼 느낌은 없다.



새해에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뭔가를 보긴 하겠지만... 이젠 어떤 강박 없이 그냥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보고 쓸려고 한다. 원하는 이상향은 예전에 썼듯 한강과 김영민의 홈페이지다.



가장 큰 특징은 역시 글자만으로 충분한 공간이라는 점인데. 여백이 확실하고 최소한의 이미지만 있는 그런 공간.. 이웃 중에서도 내 지향점과 비슷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이 있는데. 난 그 경지에 이르려면 한참 부족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아도 분주하지 않은 마음가짐.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알아도 받아들이는 데에 어렵지 않은 태도. 뭐 그런 지향점이 있다. 그러려면 최소한의 코어컬처는 다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제일 만만한 민음사 전집을 보면, 넘버링이 절대 중요도나 코어컬처에 가까운 순으로 매겨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안나 카레니나는 219번, 이방인은 266번, 악령은 384번이다. 그리고 이게 왜 있지? 싶은 작품도 꽤 된다. 어떻게 선정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면 매체의 방향성에 따라서 어떤 이들은 체인소맨이나 진격의 거인이 단순한 소비재의 오락만화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시트콤이나 광고음악, 시즌제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나중에) 휘낭시에를 잘 만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작년엔 징하게 많이도 썼다. 글을 쓰는 것 = 반죽을 만드는 것은 사실 언제나 쉬웠다. 그걸 틀에 찍어서 휘낭시에로 만들어내는 것이 언제나 어려웠을 뿐.



올해도 준비 없이 맞았고 시작부터 생각하고 정리할 게 산더미지만 매해 그래왔고 시간은 잘만 갔다. 작년 이맘때를 생각하면 지금 내 상황이나 환경이 얼마나 행복하고 재밌는지ㅡ 역시 ㅈ같아도 오래 살고 봐야 할 일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오래 살고 싶은 마음 + 건강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올해부터 생김. 재작년 혈관나이 27살을 넘어가면서부터 관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아무튼 인생의 행복 중 포장지도 뜯지 않은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기대되는 202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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