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맘의 육아일기 - 00
"아이는 둘이 좋지 않을까?"
"연년생은 싫어. 첫째는 생기면 낳지만, 둘째는 텀을 가지고 낳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우리는 둘이 아닌 셋으로써의 시작을 준비했다.
임신 기간 동안은 힘들지 않았다. 입덧이라고 해봤자 양치를 할 때 역하다는 '양치덧'만 있어서 밥 먹는 것도 수월했고 조산기도 없고 임당 검사, 기형아 검사 등 각종 검사도 모두 잘 지나갔다. 주위에서는 아이가 뱃속에서부터 효도한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도 쉽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들게 했다.
2024년 7월, 무덥던 여름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아이는 뱃속에서 하늘을 보고 있어서 자연분만이 어려웠다. 제왕절개를 했는데, 이미 2시간 넘게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지쳐있던 탓에 아기를 처음 봤을 때는 '이제 끝이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수술이 끝나고 이틀 뒤, 모유수유 교육을 위해 아이를 다시 만났다. 아이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울컥했고 품에 안았을 때는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감격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자칫 잘못 만지면 큰일 날 것 같은, 작디작은 아이를 안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불안감이 더 컸다. 어른이라고 하기엔 한창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거기에 '엄마'라는 타이틀도 생기니 내가 가진 그릇이 한없이 작아 보였다. 그러면서 내가 처음 세상에 나온 이 아이를 아프게 하거나 망치지는 않을지 온갖 종류의 걱정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첫 모자동실은 당황의 연속이었다.
걱정은 걱정이고 아이와 제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모자동실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저 SNS에서만 보던 평화로운 사진의 한 장면만 생각했다. 신생아실에서 아이를 데려오는 순간부터 나의 예상은 와장창 깨졌다. 데려올 때부터 울던 아이는 울음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왜 우는지 알 길이 없던 초보 엄마와 아빠였던 우리는 '어떡하지'를 연발했다. 잠잠하다 싶으면 다시 울고 달래기를 반복하며 모자동실 시간이 끝나가기만을 바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시간이 끝나자마자 아이를 신생아실에 보내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선 : 전쟁에서 직접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이나 그런 지역을 가상적으로 연결한 선
혼이 쏙 나갔던 첫 모자동실은 육아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을 배가 시켰다. 이제 시작이겠지만 육아라는 말 뒤에 왜 '전선', '전쟁' 등이 붙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나날이 생각하지만 과거 육아를 했던 그리고 지금도 육아 중인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께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