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살아 이 캣시키
꿍이, 김꿍, 2017년 4월생, 남자아이, 추정컨대 절반은 아메숏, 절반은 코숏.
우리 집에는 5마리의 고양이가 있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는 셋째인 김꿍이다. 어느 정도로 사랑하냐면, 내가 너무 치대니까 꿍이가 무서워서 날 피할정도ㅋㅋㅋ
남편이 일하던 동물병원에 자주 오던 캣맘이 있었는데, 꿍이는 그 분이 길냥이들을 구조해서 키우기 위해 빌린 집에서 지내던 20~30여 마리의 고양이 중 한마리였다. 아파서 병원에 온 이 아이의 성격에 한눈에 뿅 간 신랑이 그 캣맘분에게 데려가도 되냐고 물었고, 그 캣맘분은 흔쾌히 수락했으며, 나의 허락까지 받고 데려온 아이이다. 그리고 나는 첫 만남에서 왜 신랑이 뿅 갔는지 알 수 있었다. 날 보자마자 내 가슴팍에 기어올라ㅋㅋㅋㅋㅋ처음에는 너무 들이대니 무서울 정도였다.
그랬다, 꿍이는 개냥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꿍이의 전성시대가 열리나 싶었는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ㅠㅠ
꿍이가 우리집에 왔을 때, 우리집에는 이미 엘사와 안나라는 예민과 까칠의 극치를 달리는 여자냥이 두 마리가 터줏대감으로 버티고 있었다. 고양이 합사를 처음 해보는 우리는 막연히 '유튜브에서 본 대로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고, 다들 그러하듯 격리와 적응의 단계를 거치며 합사를 시도했으나...
나와 신랑의 오판은 그거였다. 우리집 엘사안나가 생각보다 엄청 폐쇄적인 성격이었다는 것-_- 더군다나 얘네는 엄마 뱃속부터 함께한 자매이다 보니 더더욱 마음을 열 필요가 없었나 보다.
꿍이를 절대로 가족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꿍이는 늘 왕따처럼 그렇게 혼자 외로움을 달래곤 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찢어진다야ㅠㅠㅠ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꿍이는 타고난 성격 자체가 순하고 무던했다. 엄마가 아무리 괴롭혀도 야옹 소리 한번 내지 않고 혀만 낼름거리며 참는 모습을 보며 그 귀여움에 엄마가 못 참아서 더 치댔다. 누나들이 아무리 왕따를 시켜도 꿋꿋히 버티며 낄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우리의 마음은 더 그슥해졌고, 친구를 만들어줘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러다가 들어온 넷째가 바로 지난번에 글에 적었던 카누이다. 다행히 우리의 의도대로 꿍이와 카누는 형제처럼 친구처럼, 싸우는건지 노는건지 모르겠다는 상태로 지금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우리집은 기본적으로 냥이들 안방 및 옷방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데, 카누가 들어오기 전 꿍이의 왕따모습이 너무나 가슴아파 안방에 한번 들여보내 준 적이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자, 꿍이는 이제 안방을 자신의 영역으로 인식한 듯 안방 앞에서 문열라고 울어대는 기가 찬(귀여운?!?) 모습을 연출해주었다. 그리고 그 성화에 못 이겨 안방 문을 열어주면 푹신한 침대 위해서 그렇게나 꿀잠을 자는 것이다.
이 순둥이는 지금 카누와 함께 아빠의 동물병원에서 지낸다. 병원에 가서 한달만에 몸무게가 500그램이 는 걸로 봐서 별 스트레스 안 받고 잘 지내고 있는 듯 하다. 최근에는 다섯째 여동생까지 들어오면서 오빠 노릇을 좀 해주기를 바랬으나, 그런 건 없는 것 같다ㅋㅋ 그저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며, 늘 그랬듯 느긋하게 자신의 페이스대로 살아가고 있다.
같은 비만이지만, 카누와 꿍이는 살의 형질이 다르다. 카누가 좀 더 근육질이고, 꿍이는 정말 지방밖에 없는 느낌. 그래서 꿍이의 출렁이는 뱃살을 만지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 물론 꿍이가 싫어해서 자주 만지지는 못하지만, 걸을 때마다 출렁이는 그 뱃살에 매일 심쿵사 당하는 나날들이다.
그치만 다이어트는 좀 시켜야 할 듯 하다. 지금 6키로인데, 5키로 미만으로 유지해야 안 아프고 오래 살 것 아닌가. 비만은 인간에게나 고양이에게나 좋지 않은 법이다.
우리 돼지!! 오래살아야해 꼭이야!!!!!!!
덧-다들 엘사, 안나 다음에 왜 크리스토퍼나 올라프가 아니냐고 묻는데.......둘 다 이름이 맘에 안 들어서요ㅋㅋㅋ엘사안나 이후에 셋째가 들어올 줄은 엘사안나 이름 지을땐 몰랐지........................
덧2-그럼 왜 하필 꿍이냐고 묻는데, 쟤 울때 '꾸우웅~'하고 울어요. 이건 정말 직접 봐야하는데...진짜 귀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