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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쿰쿰 Mar 19. 2021

길냥이의 메소드연기에 속다

다섯째냥이 이야기

다섯째 삼순이. 김삼순. 여자아이. 2020 7월생 추정. 코숏. 삼색이 카오스냥이. 엄마 왈 ‘씽내이’


냥이 네마리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 어쩌자고 다섯째를 들였나고 묻는다면 매우 심플하게 답할 수 있다.


속아서.....라고....ㅋㅋㅋ


202012월의 어느날, 산기슭에 위치한 카페에 신랑과 데이트를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페까지 2분쯤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걷기 시작하자마자 옆에서 길냥이 하나가 냐옹대는 소리가 들렸다. 가볍게 인사나 하려고 안녕~했는데 왠걸, 이 냥이가 내 옆으로 오더니 계속 내 다리에 자기 머리를 비벼댄다. 신랑 다리에도. 우리 셋째넷째도 개냥이긴 하지만 요즘 좀 커서 그런가 개냥끼가 약해진 차에 길냥이의 그런 모습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미 네마리나 되는 냥이에 한마리를 더 늘릴 여력은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미안~인사를 날리며 갈 길을 계속 갔다.


그랬더니 이 녀석, 카페까지 우리를 따라오는 것이다!


카페 안까지 따라 들어오려는  겨우 제지하고 창가에 앉았다. 그랬더니  녀석이  창문 너머에 계속 앉아서 우리를 기다린다ㅠㅠ

요렇게....ㅠ


그리고 카페 안에서 우리의 대화는 저 녀석을 어쩌면 좋지..로 점철되었다.


나는 애가 너무나 개냥이라 길에서 살면 해코지 많이 당할 거 같으니 데려가자고 했고, 남편은 절대 안 된다며 맞섰다. 남편의 반대가 이해는 갔다. 직업 특성상 동물가족이 늘수록 본인의 책임감이 더 무거워 질테니까.


그래도 계속 저렇게 기다리는 애기를 버리고 가자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열심히 남편을 설득했다. 밥주고 물주고 화장실치우고 다 내가 하겠다. 아플 때만 봐주면 된다 하고.


천성이 모질지 못한 우리 남편도 계속 우리만 기다리는 저 아이가 너무 신경쓰이는 듯 했다. 그렇게 대화한 결과, 우리의 결론은-커피 다 마시고 나설 때 저 아이가 우리를 차까지 따라오면 데려가자, 로 결론이 났고


 녀석은 진짜 우리를 차까지 따라왔다!!


그렇게 팔자에도 없던 다섯째냥이가 생긴 것이다..




사실 그렇게 예쁘게 생긴 아이는 아니다. 그래도 성격이 워낙 애교가 많으니 충분히 예뻐 보였다. 워낙 애교쟁이니까 오빠들이랑 잘 지낼 수 있겠지? 하며 데려왔는데


이 녀석의 애교는 데려 온 그 날로 끝이었다...


병원 격리공간에 풀어놓자마자 안면몰수를 하는 것이다!!!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며 안면몰수-_-

그날 이후 이 녀석은 단 한번도 나나 신랑에게 자기 의지로 다가 온 적이 없다. 속아도 단단히 속은 것이다.




이래 보면 귀엽..ㅎ

애교라곤 1 없는 녀석이 살아볼거라고 그날 그렇게 애썼구나 생각하면 사실 짠하기도 하다. 그래도 드는 배신감은 어쩔  없어서 한동안 심란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미 들인 아이를 성격이 무뚝뚝하다고 내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기에, 그냥  연기 잘하는 똑띠는 자기 팔자 자기가  개척한 걸로.



다행히 오빠들이  순하고,  녀석도 성격은 무뚝뚝할지언정 본성은 순한 성격이라 3마리의 케미는 좋은 편이다. 처음엔 서로 하악대던 녀석들이 이제는 제법 붙어도 있고 햝아도 주고 한다.


뭘보냥

지금도 이 녀석은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다가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안아 올려도 무던하게 잘 있는다. 그 순한 성격에 기대어 점차 애교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다가가고 있다. 메소드연기 아니고 낯가리는 중인거면 참 좋겠다ㅠㅠ


그치만 뭐, 고양이는 존재 자체로 귀여우니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한 걸로^^

각방쓰는 삼남매

덧-‘씽내이’는 경상도 사투리로 ‘지저분한 무언가’를의미합니다. 자매품 ‘쑥쑥하다(지저분하다)’도 있어요. 우리 엄마가 카오스냥이를 보더니 씽내이라고 부르더라구요. 듣고 한참 웃었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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