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냥이 이야기
다섯째 삼순이. 김삼순. 여자아이. 2020년 7월생 추정. 코숏. 삼색이 카오스냥이. 엄마 왈 ‘씽내이’
냥이 네마리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 어쩌자고 다섯째를 들였나고 묻는다면 매우 심플하게 답할 수 있다.
속아서.....라고....ㅋㅋㅋ
2020년 12월의 어느날, 산기슭에 위치한 카페에 신랑과 데이트를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페까지 약2분쯤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걷기 시작하자마자 옆에서 길냥이 하나가 냐옹대는 소리가 들렸다. 가볍게 인사나 하려고 안녕~했는데 왠걸, 이 냥이가 내 옆으로 오더니 계속 내 다리에 자기 머리를 비벼댄다. 신랑 다리에도. 우리 셋째넷째도 개냥이긴 하지만 요즘 좀 커서 그런가 개냥끼가 약해진 차에 길냥이의 그런 모습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미 네마리나 되는 냥이에 한마리를 더 늘릴 여력은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미안~인사를 날리며 갈 길을 계속 갔다.
그랬더니 이 녀석, 카페까지 우리를 따라오는 것이다!
카페 안까지 따라 들어오려는 걸 겨우 제지하고 창가에 앉았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그 창문 너머에 계속 앉아서 우리를 기다린다ㅠㅠ
요렇게....ㅠ
그리고 카페 안에서 우리의 대화는 저 녀석을 어쩌면 좋지..로 점철되었다.
나는 애가 너무나 개냥이라 길에서 살면 해코지 많이 당할 거 같으니 데려가자고 했고, 남편은 절대 안 된다며 맞섰다. 남편의 반대가 이해는 갔다. 직업 특성상 동물가족이 늘수록 본인의 책임감이 더 무거워 질테니까.
그래도 계속 저렇게 기다리는 애기를 버리고 가자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열심히 남편을 설득했다. 밥주고 물주고 화장실치우고 다 내가 하겠다. 아플 때만 봐주면 된다 하고.
천성이 모질지 못한 우리 남편도 계속 우리만 기다리는 저 아이가 너무 신경쓰이는 듯 했다. 그렇게 대화한 결과, 우리의 결론은-커피 다 마시고 나설 때 저 아이가 우리를 차까지 따라오면 데려가자, 로 결론이 났고
저 녀석은 진짜 우리를 차까지 따라왔다!!
그렇게 팔자에도 없던 다섯째냥이가 생긴 것이다..
사실 그렇게 예쁘게 생긴 아이는 아니다. 그래도 성격이 워낙 애교가 많으니 충분히 예뻐 보였다. 워낙 애교쟁이니까 오빠들이랑 잘 지낼 수 있겠지? 하며 데려왔는데
이 녀석의 애교는 데려 온 그 날로 끝이었다...
병원 격리공간에 풀어놓자마자 안면몰수를 하는 것이다!!!
그날 이후 이 녀석은 단 한번도 나나 신랑에게 자기 의지로 다가 온 적이 없다. 속아도 단단히 속은 것이다.
애교라곤 1도 없는 녀석이 살아볼거라고 그날 그렇게 애썼구나 생각하면 사실 짠하기도 하다. 그래도 드는 배신감은 어쩔 수 없어서 한동안 심란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미 들인 아이를 성격이 무뚝뚝하다고 내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기에, 그냥 이 연기 잘하는 똑띠는 자기 팔자 자기가 잘 개척한 걸로.
다행히 오빠들이 다 순하고, 이 녀석도 성격은 무뚝뚝할지언정 본성은 순한 성격이라 3마리의 케미는 좋은 편이다. 처음엔 서로 하악대던 녀석들이 이제는 제법 붙어도 있고 햝아도 주고 한다.
지금도 이 녀석은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다가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안아 올려도 무던하게 잘 있는다. 그 순한 성격에 기대어 점차 애교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다가가고 있다. 메소드연기 아니고 낯가리는 중인거면 참 좋겠다ㅠㅠ
그치만 뭐, 고양이는 존재 자체로 귀여우니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한 걸로^^
덧-‘씽내이’는 경상도 사투리로 ‘지저분한 무언가’를의미합니다. 자매품 ‘쑥쑥하다(지저분하다)’도 있어요. 우리 엄마가 카오스냥이를 보더니 씽내이라고 부르더라구요. 듣고 한참 웃었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