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어트를 하느라 학교 급식을 신청하지 않았다. 유지어터들은 보통 점심은 제대로 먹고 저녁을 식단조절을 하고 그게 정석의 방법이겠지만,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내 직업 특성상 제대로 먹을 타이밍인 점심때 내가 먹고싶은 것을 먹지 못한다는 단점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저녁을 맘껏 먹기로 하고 점심은 적당히 다이어트 도시락으로 때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주문한 도시락을 이틀은 잘 갖고다녔는데, 이틀은 홀랑 까먹고 출근해 버렸다. 어제는 다른 동료샘의 컵밥을 얻어서 먹고, 오늘은 두번이나 그러긴 민망해서 외출을 내고 집에 다녀왔다. 직장과 집이 차로 5분거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집에 들어서니 우리 일냥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너 이시간에 웬일이냐 닝겐. 눈빛을 읽었고, 너무 귀여워서 한번 쓰다듬었다. 싫다고 고개를 돌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따라가서 계속 쓰다듬는다. 남편이 나보고 새디스트냐고, 냥이들이 싫어하는 티 팍팍 내는 행동을 왜 계속 하냐고 묻는데 내 대답은 사랑스러움을 주체할 수 없어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너무 쓰다듬고 싶은걸 어떡해..
역시 냥이들은 월드와이드러블리한 존재이다.
햄을 대충 구워서 밥이랑 김치랑 먹고 있는데, 삼냥이가 안방문 앞에서 냐옹댄다. 들어보내 달라는 신호다. 우리 집 안방은 기본적으로 냥이들 출입금지 구역이지만, 삼냥이만 유일하게 출입이 허용된다. 이유는 삼냥이가 안방에서만 개냥이가 되기 때문에. 진짜 웃기는 그 캣시키는 거실에서는 도도하게 모든 인간의 손길을 다 피하면서, 안방에만 들어가면 사람 옆에 딱 붙어서 골골대는 개냥이가 된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안방에 안 들여보내 줄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안방은 그 녀석의 전용 구역이 되었고, 점입가경으로 이제 자기가 들어가고 싶으면 넣어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냐옹거림에 나는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몽땅 들여보내주고 마는 것이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시간을 보니 약 20분이 남았다. 안방에 들어가니 침대에 널부러져있던 삼냥이가 나에게 다가온다. 잠시 누운 침대만 해도 너무 달콤한데, 거기에 삼냥이가 내 옆구리와 팔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이보다 행복한 천국은 있을 수가 없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그치만 그럴 리 없는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나는 지금 다시 학교로 복귀해 있다.
귀여움은 산소와 같은 것. 우야든둥 오래살아 이 캣시키들. 엄마는 너네 없음 귀염부족으로 죽을 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