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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쿰쿰 Feb 04. 2022

시험관에서 계류유산까지-1

인간은 적응의 동물

2년쯤 전에 '아이 없이 잘 살수 있다'는 요지의 글을 브런치에 올렸었는데

그 글이 무색하게도 2021년 난임휴직을 했다.

내 나이로 봤을 때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후회를 안 남길거 같다는 이유였다.




시험관은 정말 멘붕의 연속이었다. 처음  배에 주사를 찌르던 날의 공포는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그때 맞은 주사는 가장  아픈 펜주사였는데(시험관 해본 분들은  아는 고날F) 바늘이 주는 아픔이 문제가 아니라  바늘에서 빚어내는  머릿  공포가 문제였다.  공포와 매일매일 싸워가며 하루 최대 5대까지 주사를 맞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미칠  같은 공포의 날 선 감각도 서서히 무더져 가긴 했다.


시험관의 첫 단계는 난자채취이다. 정자도 같이 채취하는데, 사실 정자채취는 뭐...남편 말로는 엄청 자괴감 드는 과정이라고는 하던데, 암만 자괴감 들어봤자 난자채취의 고통과 비교할쏘냐. 맨정신으로는 절대 못 할 과정이라 수면마취를 하고 난자를 채취하는데, 적게 나오면 적게 나오는대로 슬프고 많이 나오면 또 많이 아파서 힘든 과정이다. 나의 경우 다낭성 소견이라 난자 갯수가 많이 보여서 좋다고 했는데, 1차 채취때는 7개밖에 채취가 안 됐고, 그마저도 최종 수정까지 도달한 수정란은 딱 2개였다. 이 갯수 전화를 받고 얼마나 울었던지. 혹여 이식에 실패하더라도 동결란이 많이 비축되어 있으면 채취과정 건너뛰고 바로 다음 이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는 딱 2개만이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 실패하면 다시 채취부터 진행해야 함을 뜻했다.


이식 전후로 맞는 주사는 프롤루텍스라고 불리는 꽤 아픈 주사이다. 이 주사도 처음 맞았을 때는 아파서 멘붕이었는데, 맞다 보니 적응이 되었다. 인간의 위대함이여. 그리고 그렇게 매일 주사를 맞아가며 이식한 결과는,


실패.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반착검사과 습유검사를 진행하고 바로 2차 채취 과정으로 돌입했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많은 12개의 난자가 채취되어서 좋았지만, 그만큼 더 아팠다. 난자를 많이 채취한 사람은 복수가 차기도 하고 복통도 심하다고 한다. 나는 복수 찰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나 이번에는 복통이 꽤 심했다. 그래도 12개나 채취되었으니 적어도 이식 2번 할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 고통을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3개 수정. 이번에도 한 번 이식하면 끝날 수정란밖에 나오지 않았다.


물론 또 울었지만, 길게 슬픔에 잠길 여유도 없었다. 3개를 이식하고,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르게 이식 전후의 주사가 3대가 되었다. 프롤루텍스 2대, 그리고 공포의 크녹산 1대. 크녹산은 아픈 것과 멍드는 걸로 악명이 자자한 주사라 나에게 처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건만, 반착검사의 결과는 나에게 기어이 새로운 공포를 안겨주고야 말았다.


매일매일 3대의 주사를 맞는 것은, 그것도 아픈 주사를 3대씩 맞는 것은 꽤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뭐다? 적응의 동물. 나중에는 그 3대의 주사에도 적응해서 별 생각없이 맞는 지경이 되었다.


사실 주사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소위 '눕눕'이었다. 병원에서는 이식 후 일상생활을 해도 된다고 했지만, 지난번 1차 이식때 일상생활을 하다가 실패를 맛본 나로서는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권하는 대로 '눕눕'을 시전했다. 거짓말 안하고 10여일간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코로나 자가격리자의 고통을 이때 이해했다.


그뿐이랴. 착상에 좋다는 음식만 골라 먹었다. 밀가루, 매운거, 튀긴거, 가공식품 등등을 모두 피하고 추어탕, 미역국, 소고기, 장어구이, 현미밥 등등을 달고 살았다. 우리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추어탕 사러 편도 1시간 반 거리의 타 도시까지 갔다오는 수고를 함으로써 우리의 임신 과정에 족적을 하나 남겼다.


그리고 그렇게 피나게 노력한 결과는-성공!


1차피검 620 2차피검 1644라는 높은 수치로 피검을 통과하고 아기집까지 무사히 확인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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