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재판부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 사건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장시호 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했던 1년 6월의 형보다 높아진, 다소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검찰은 장시호 씨에 대한 형을 구형하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에 기여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사실상 검찰이 '플리바게닝'을 적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플리바게닝이란 일종의 형량 거래다.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경우, 그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을 붙이는 방식으로 배심원 제도가 발달한 영미법 국가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다.
한국에는 이 제도가 명시적으로 있진 않다. 지난 2010년에 법무부는 수사협조자에 대한 형별 감경의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고했으나 반대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국무회의에서 처리를 유보했다.
최근 장시호 사건을 계기로 플리바게닝은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권력형 범죄에 대한 수사협조가 필요하다는 찬성의견과 사법정의를 훼손한다는 반대의견이 대립한 가운데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플리바게닝 제도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수사에 도움이 된다'며 찬성 의견을 낸 사람은 57%로 반대 의견 29.3%의 두 배에 이르렀다. 지역별로는 큰 차이가 없고 연령별로도 대체로 찬성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지지정당 별로는 차이를 보였다.
정의당 지지층(범죄수사 도움-찬성 77.2% vs 사법정의 훼손-반대 22.8%)과 민주당 지지층(71.8% vs 14.7%)에서는 찬성이 대다수였고, 바른정당 지지층(53.2% vs 39.9%)과 국민의당 지지층(46.9% vs 39.1%)에서도 절반을 넘거나 우세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범죄수사 도움-찬성 21.1% vs 사법정의 훼손-반대 63.2%)에서는 ‘사법정의 훼손-반대’ 응답이 대다수로 조사됐다.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범죄수사 도움-찬성 40.6% vs 사법정의 훼손-반대 41.0%)에서는 상반되는 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정말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범죄를 기획하고 지시한 '윗선'인 반면 수사는 '몸통'이 아닌 '깃털'들에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단순 가담자라도 제보를 하거나 수사에 협조해봐야 처벌을 경감되지 않기 때문에 윗선의 혐의를 입증할 진술을 끌어내기 어렵다"며 플리바게닝 도입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과거 플리바게닝 제도 도입이 시행을 바로 앞에 두고 여론을 이유로 유보되었던 만큼, 여론이 바뀐 지금에 와서 다시금 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