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멀리하는 예수쟁이들을 보며

당신들은 지금도 수많은 예수들을 죽이고 있잖아요

예수는 2,000년 전에 사형을 당했습니다. 당시 죄목이 '유대인의 왕'이었죠. 뭐 지금으로 말하자면 내란 선동정도 되는 정치범이었습니다. 성경을 좀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당시 로마 총독이었던 '본디오빌라도'는 이 사건에서 빠지려고 했어요. 배경 설명을 잠시 하자면 당시 유대인은 로마의 지배를 받는 상태였습니다. 어느 정도 자치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형사상의 다른 죄는 제사장등 유대인 지배계급이 처리하고 있었지만 정치범만은 로마에서 직접 다뤘습니다. 교회에서 외는 사도신경에서 '본디오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는 예수의 형 집행을 로마에서 직접 했고 예수는 정치범으로 처형되었다는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예수의 성전 정화, 야코프 요르단스, 1650년경, 캔버스에 유채, 288 x 436cm, 프랑스 파리 루브르 미술관

앞서 예수의 죄목은 내란 선동이라고 했는데 (사실 예수의 선동 내용이 아주 중요하고 깁니다만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 보통 사람들을 지배계급 당신들이 괴롭히지 말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권력자들이 권력을 이용해서 괴롭히고 착취하지 말라는 이야기였죠. 예수가 말하는 천국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이뤄질 때 바로 하느님의 나라가 '이곳에' 임한다는 이야기.(이곳이라는 것은 사후세계의 개념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뜻합니다)

이 맥락에서 볼 때 당시에 예수의 비판이 누구에게 향했는지는 좀 더 분명해지죠. 최상부 권력자들, 그들에게 기생해서 다시 착취를 하는 중간 권력자들. 여기서 조금 특이한 지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바리새인입니다. 교회 다니셨던 분들은 바리새인이 아주 쓰레기 집단 정도로 이해를 하는데 당대 바리새인들은 사회에서 존경받는 종교인이었습니다. 윤리적인 흠결도 거의 없는 청결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사회를 향해 꾸짖음을 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런 도덕적 우월성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예수는 이들도 비판했어요. 바리새인들의 정죄가 천국을 만드는데 방해가 된다는 거였죠. 이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우위를 위해서 사람들을 책망했습니다. 형식적 율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꾸짖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 보통 사람들한테 또 하나의 짐으로 다가오는 거였죠. 그냥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하루하루 고통뿐인 삶들에게는.

사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교회에서 바리새인들을 욕하는 게 저는 너무 우스워요. 사실 당신들 삶을 조명해보면 바리새인들 보다는 바리새인이 꾸짖었던 보통 사람들에 오히려 더 가까운데요. 바리새인들은 최소한 자기의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긴 했습니다. 근데 요새 교회 어때요? 전 웃겨요.

군인권센터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 군인 색출·처벌 지시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90524.html

예수는 '천국은 어린아이의 것(누가 18:15)'이라고 말했어요. 뭐 교회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 같은데 당대 맥락을 보면 조금 다른 해석을 할 수가 있어요. 당시 어린이로 표상된 집단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자였어요. 무시받고 맞고 그러다 죽을수도 있는 어린아이들. 사회의 소수자들. 예수의 천국은 바로 이들을 위함이었어요. 예수가 말하는 천국은 힘을 가진 사람이면 가진 사람일수록 불리해지는 곳이었죠. 그래서 예수는 반란범으로 '유대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어요.

예수는 2,000년 전 죽었습니다. 최후 집행자는 로마일지 몰라도 예수의 죽음을 주도한 건 당대의 교회 기득권자였어요. 정죄하고 싶고 종교적 우위로 한 몫 챙기고 싶어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한테 예수는 달갑지 않은 존재였죠. 아니 눈엣가시였겠죠. 예수들을 바로 그들이 죽였습니다. 당신들은 어떨 것 같아요? 예수가 다시 오면 못박지 않을 것 같아요? 당신들은 지금도 수많은 예수들을 죽이고 있잖아요. 수많은 어린아이들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예수가 한 말을 마지막으로 붙이죠.

마태 7:21 나더러 주여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가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