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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Jun 27. 2016

음원 유통사는 ‘애플의 갑질’ 논할 자격 있나

‘창작자에 대한 피해’를 운운하며 말하고 싶었던유통사의 진짜 속내

그렇다면 왜 국내 유통업체는 ‘창작자의 피해’를 앞세우며 플랫폼 갑질을 운운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뮤직의 도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기 때문이다.애플뮤직의 모델이 국내 유통사 전반으로 확대된다면, 국내 유통사들은 전반적으로 10%의 손실을 입게 된다.


일단, 애플뮤직이 갑질을 한 건 맞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서비스되지 않았던 ‘애플뮤직’의 한국 서비스가 가시화됐다. 그간 애플뮤직은 저작권 배분 방식과 관련한 이견으로 국내에 서비스되지 않았다. 때문에 한국 아이튠즈 계정으로는 애플뮤직에 접속할 수 없었고, 일부 이용자들은 아이튠즈 계정의 국가 설정을 다른 나라로 바꿔 이용해왔다. 최근 애플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논의를 마치고 곧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애플뮤직의 론칭이 확정되자 국내 음원 유통사들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며 “창작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유통사들이 주장하는 요지는 이렇다.


한국과 미국의 저작권 배분방식이 다르다.
애플뮤직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할 경우 이 부분은 별도의 보전 없이 할인분에 대해서만 분배한다고 하는데, 국내 유통업계는 정상가를 기준으로 배분한다.
애플뮤직은 ‘협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K팝 음원 해외 판로를 막겠다‘ 했다고 한다. 이는 협박이다.


일단 애플뮤직이 갑질을 한 건 맞다. 애플뮤직은 전세계적으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이다. 국내 유통사와 비교해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해외 마켓을 공략하는 국내 창작자들에게 피해가 갈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애플뮤직이 K팝 음원 해외 판로를 막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는 음원업계의 주장도 과장돼 있다. 이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애플뮤직은 자신의 플랫폼에 K팝을 유통하지 않는 조치 정도만 취할 수 있을 뿐, 해외 판로 자체를 막을 능력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이 횡포가 과연 국내 창작자를 위협하고 있냐는 것이다. 저작권자의 권익에 큰 관심 없어보였던 음원업계는 왜 갑자기 ‘창작자의 피해’를 운운하며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나는 그 속내가 의심된다.


사진 : 플리커 Brian BrantnerCC BY.



한국 음원유통사는 ‘상설할인’ 상태


음원업계는 “애플뮤직이 정상가가 아닌 판매가를 기준으로 계약체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는 창작자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애플뮤직은 정상가가 아닌 ‘판매가’ 기준으로 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대신 창작자 저작료를 70%로 적용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판매가라는 게 정상 판매가가 아니라 ‘할인’ 판매가라는 게 문제다. 50%를 할인하면 100원인 음원에 대해 저작료 70%가 적용돼도 창작자 집단 몫은 35원으로 줄어든다. 할인 비용을 애플뮤직이 아닌 가수 등 창작자에 전가시키는 구조다.”


그러나 이 주장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음원업계가 주장하는 ‘정상가격’ 자체가 너무 헐값이라는 점이다. 국내 음원 이용자 대부분이 대형 유통사에서 ‘종량제’ 서비스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다. ‘MP3 30곡+무제한 스트리밍’의 정상가격은 9천원에서 1만2천원 사이다. 스트리밍을 제외한다면 1곡을 다운로드 할 때 드는 돈은 150원 남짓이다. 실제 곡당 다운로드 최저 가격은 미국이 791원, 영국이 1064원인 반면, 한국은 63원이다. 국내 대부분의 업체가 단품 다운로드 가격으로 600원을 받고 있지만, 종량제 상품이 있는데 굳이 단품 다운로드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애플뮤직의 곡당 다운로드 가격은 0.99달러로, 우리돈으로 치면 1천원이 조금 넘는다.


스트리밍만 이용할 경우 국내 업체는 6천원 정도를 받는다. 애플뮤직은 9.99달러다. 애플이 반값 수준의 할인행사를 해야 국내 유통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슷한 가격이 나온다. 애플이 싼 값에 음원을 판매하고 가격할인행사의 부담을 창작자에게 전가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그건 국내 음원 유통사도 마찬가지다. 앞서의 가격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국 음원유통사는 사실상 ‘상설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유통사는 프로모션 비용을 어느 정도 보전 받는다. 국내 음원 유통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멜론은 SK텔레콤과 제휴해 멤버십 할인을 받는다. 과거에는 통신사들이 자체적으로 음원 유통을 서비스했기 때문에 멜론, 지니 등 많은 유통사들이 통신사와 결합한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이 프로모션 비용은 제휴 통신사가 일정부분 보전한다.


결국, 창작자의 입장에선 애플뮤직이 잦은 프로모션으로 낮은 가격에 서비스 이용자를 끌어모은다 해도 애플의 할인가는 국내 음원 유통사의 정상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창작자 배분 비율’이 10% 높고 다운로드 단가가 높은 애플이 창작자의 몫을 더 많이 쥐어줄 가능성이 높다.



애플뮤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


그렇다면 왜 국내 유통업체는 ‘창작자의 피해’를 앞세우며 플랫폼 갑질을 운운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뮤직의 도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사들이 갑질이라고 운운했던 애플의 배분방식은 한국의 방식보다 창작자에게 유리하다. 한국의 경우 창작·제작자와 유통사의 수익 배분비율이 60대40이지만, 애플은 70대30(정확히는 71.5%)이다. 애플뮤직이 주장하는 분배방식은 오히려 유통사에 불리하다. 애플뮤직의 모델이 국내 유통사 전반으로 확대된다면, 국내 유통사들은 전반적으로 10%의 손실을 입게 된다.


그러나 유통사들이 애플뮤직의 도입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수익 배분방식‘에 대한 문제보다는 ‘시장점유율’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UI의 개선이나 차별화된 큐레이팅 서비스 제공을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국내 유통사들에게 애플뮤직의 론칭은 분명한 악재다.


애플뮤직이 도입되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도 일정부분 피해를 본다. 애플뮤직의 경우 70대30으로 유통사와 창작자의 몫만 분배할 뿐, 창작자의 몫인 70의 부분을 어떻게 배분할 건지는 개입하지 않는다. 국내의 경우는 촘촘히 나뉘어 있다. 작곡자 4.5, 작사자 4.5, 편곡자 1, 연주자와 가수가 6, 제작자가 44, 유통사가 40을 가져간다. 판매금액 중 저작권과 관련된 16%는 각 저작권 관리단체로 배분되는데, 애플은 이 16%의 저작권료를 반드시 저작권 위탁관리단체에 지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디뮤지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1년에 1천만원만 벌 수 있으면 음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가을, 뇌출혈로 사망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협회에 18만원의 신탁계약신청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 금액에 대한 부담으로 협회에 가입하지 않는 저작권자 수도 상당하다. 멜론을 운영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측은 2014년 한 해에만 73억여원이 ‘미지급 저작권료’라고 밝힌 적 있다. 저작권협회는 5년이 지나면 이 ‘미지급 저작권료’를 협회의 수익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분배율보다 시급한 건 종량제 상품의 폐지


몇 해 전 빌보드차트 2위에까지 올랐던 ‘강남스타일’의 국내 저작권료가 3600만원에 불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인디뮤지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1년에 1천만원만 벌 수 있으면 음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가을, 뇌출혈로 사망했다.


나는 유명하지 않은 인디뮤지션이다. 내가 간간이 음악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돈을 벌 수 있는 본업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제작사에 돌아가는 44%를 버리기 아까워 음반제작사를 차리고 사업자등록을 냈다. 곡 하나를 제작하는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만원은 든다. 집에서 녹음과 편곡을 하는데도 그렇다. 내가 낸 곡 중 하나는 한 달에 5천명이 들었던 적이 있었고 장르차트 150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 내게 떨어진 돈은 5만원 정도였다.


음원판매금의 정산금 배분을 창작자에게 유리하도록 개선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판매가격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정상가’라고 이야기하는 음원 가격은 너무나 ‘비정상’적이다.


그래서 나는 음원업계의 주장이 기만으로 들린다. ‘창작자들이 나서서 애플뮤직을 막아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정작 창작자에 대한 배려나 걱정은 없다. 애플뮤직의 갑질은 창작자가 아닌 국내유통사를 향해 있다. 오히려 영세 창작자인 내 입장에서 애플은 ‘착한 갑’으로 보인다.


※ 이 글은 블로터에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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