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
그날 왜 여섯이나 죽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스산한 날이었다. 일년중 제일 추운 이맘때쯤 날씨는 그저 밖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형벌이다. 그런 날에 그들은 꿋꿋하게 대거리를 하고 있었다.
누구 말마따나 돈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시개발 광풍이 불던 그 때, 누군가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도 곧 오를 지가를 계산기에 퉁기며 흐뭇해하고 있었을 그 때, 누군가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그 돈 몇푼 때문에 망루에 올랐다.
‘3개월분의 휴업보상비’
그들이 손가락질을 감수하고 한겨울에 망루에 올라간 이유다. 개발의 당위는 분명했다.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세련된 서울을 만들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렇게 마련된 공익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누군가의 개발잇속은 예쁘게 감춰졌고, 그 아래 권리금 폭탄을 서로에게 돌리다 깔아뭉개져버린 사람들은 욕심으로 포장된 채 무대 위에 올려졌다.
치워져야 할 사람들이 쉽게 치워지지 않았다. 버티는 사람들의 하루하루는 이 거대한 개발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 그리고 그에 대한 이자와 비교되었다. 존재들은 숫자에 떠밀려 희미했던 목소리마져 지워졌다. 그들은 겨울 내내 쫓겨 다녔지만, 서울시는 그들이 포크레인과 싸우고 있을 그 무렵, “동절기 강제철거 예방대책”을 수립 시행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만 하루가 넘는 대치였다. 철거민을 내쫓는 게 곧 실적이 되었던 경찰은 안전을 담보하지 않고 진압했다. 남일당 건물 옥상의 망루는 불타올랐다. 철거민 다섯, 경찰 하나. 여섯이 죽었다.
경찰은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 이충연 씨에게 죄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 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충연씨는 용산참사로 아버지를 잃었다. 이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경찰 책임자 김석기는 경주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어 현재 국회의원이다.
8년 전 사람 여섯을 묻고서라도 해치워야 했던 용산개발사업. 당시 남일당 건물은 현재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그때 뭐가 그리 급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작 이 주차장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