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약 20년 전 내가 공대에 다니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학기 중에 계속되는 퀴즈와 중간, 기말 그 사이에 있는 2차 시험이라는 이름의 전자공학과에선 흔히 행해지던 또 하나의 시험이 겹쳐지다 보면 학기가 정말 바쁘게 흘러 갔던 것 같습니다.
여러 과목의 시험기간이 겹치다보면 정말로 과제와 시험공부에 치여서 밤을 새워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는데 그 강도가 절정에 다 다를 때면 못견디겠다 싶다가도 몇 주만 버티면 2개월 넘는 방학이라는 분절을 고대하며 여차저차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학생시절에는 확실히 수능이라던가 방학이라던가 하는 끝맺음이 있었고 그래서 아무리 힘든 시련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회사 일은 아무리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것을 이것도 회사 생활 10여년 만에 이제서야 가슴 속 깊이 깨닫는 중입니다.
저는 아웃룩 메일함에 읽지 않은 메일을 놔둔채로 퇴근하는 것을 싫어하고 다음날 아침 출근했을 때 아웃룩을 열었는데 읽지 않은 메일이 밤새 쌓여 있는 것도 매우 불쾌하게?! 느껴집니다.
그냥, 일을 다 해버려서 할 일이 없는 상태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이 없는 상태가 하루 이틀은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일주일, 한달 이렇게 지속된다면 매달 월급을 지불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선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할 것입니다.
자선단체도 아니고 직원이 회사에 와서 전기세 축내고 밥값 축내는데 아무것도 시킬 일이 없다?
회사가 불황에 접어들어 망해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일테니까요.
생각을 고쳐먹어야 겠습니다.
회사는 계속해서 일이 끊이지 않아야 하고 그럼 나는 그 끝없는 일의 굴레속에서 '끝'을 터치하려고 아둥바둥하지 말고 적당히 일하면서 일과 함께 가야 하는 숙명이라고요.
파이어족을 꿈꿨던 것도 이 직장생활의 분명한 끝을 타의가 아닌 자의로 찾아내어 결승선 테이프를 끊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얼마의 돈이 필요할지, 얼마의 시간이 들어갈지 열심히 가늠은 해보지만
워낙 불확실한 것들 투성이라 늘 어렵습니다.
결국 확실한 답은, 그냥 어차피 회사일은 끝이 없다, 오늘 하루 할수있는데 까지만 하다가 퇴근하자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거 다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데 왜 저는 또 이제서야 깨달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