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⑬〉새벽의 골프장
골프장 캐디들은 순번제로 근무한다.
각자 맡은 팀의 시작 시간 한 시간 전쯤 출근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모두 제각각이다.
규칙적이면서도 어딘가 흩어진 듯한 일상의 리듬이 만들어진다.
첫 팀을 맡는 날,
나는 새벽 4시에 눈을 뜬다.
아직 세상은 어둠 속에 잠겨 있지만,
골프장은 이미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안개가 주차장과 클럽하우스를 감싸고,
코스에선 스프링클러가 규칙적으로 물을 뿌린다.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카트를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다.
태블릿과 카트 키, 무전기를 챙기고,
볼 타월과 채 닦는 통에 물을 가득 받고,
식용 생수와 근무용품도 함께 준비한다.
그다음, 약 14분간 클럽하우스 현관에서 내려오는 골프백을 받는 ‘백대기’ 작업이 시작된다.
손님들이 내려놓는 백을 이름표대로 나누고,
각자 맡은 백을 카트에 조심스럽게 싣는다.
백을 열어 클럽 개수와 브랜드,
그리고 곳곳에 남은 잔흠집을 살핀다.
그 흔적만으로도
손님의 핸디캡과 플레이 성향이
어느 정도 그려진다.
우리는 라운드 시작 20분 전쯤 대기광장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나는 하루의 시작을 다시 결심한다.
첫 팀은 고속도로 맨 앞차와 같다.
맨 앞팀이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뒤따르는 모든 팀이 밀리고,
예측할 수 없는 기다림과
느슨한 플레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시간이 흐르는 흐름 속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한 역할을 준비한다.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열세 번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