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⑰〉 1미터와 1클럽, 그 미묘한 차이
150미터.
페어웨이 한가운데 서면
숫자는 늘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 안에
바람, 경사, 잔디, 기온,
그리고 오늘 손님의 스윙 템포와 샷 스타일까지 넣는다.
같은 150미터라도
오르막이면 한 클럽,
바람이 불면 또 한 클럽,
습도가 높으면 공이 무거워져 거리가 덜 나갈 때도 있다.
거리를 부를 때는
2단 그린일 경우 높낮이,
공의 탄도와 스윙 스타일까지 고려한다.
샷의 성공률도 따져
가장 안전하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도록,
또는 핀 근처에 가장 안전하게 볼을 갖다 놓을 수 있게 안내한다.
그걸 모두 계산해
“150인데 바람 있어서 조금 더 보셔도 됩니다.”
한마디로 건넨다.
클럽은 추천하지만, 선택은 손님의 몫이다.
캐디를 시작하고 3년 동안은
거리측정기를 쓰지 않았다.
골프장 모든 구간의 거리를
머릿속에 외우고, 직접 계산해 불렀다.
그러다 ‘캐디톡 미니미’라는
거리측정기를 협찬받았다.
그날부터 내 일은
더 정밀하게 변했다.
나는 방송국 PD처럼
측정기를 망원경 삼아
경사에서의 킥과 변수까지 계산한다.
공이 어디에 안착할지도 미리 본다.
거리를 부를 땐
“높낮이는 포함이고, 바람은 별도입니다.”
늘 이렇게 덧붙인다.
1부 투어 선수들은
1미터 단위로 클럽을 선택한다.
아마추어는 10미터 단위로 잡는다.
탄도와 컨트롤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와 나갈 때,
아마추어와 나갈 때,
경기 진행은 달라진다.
물론 팀의 성향과 분위기에 따라
또 변한다.
어느 날, 평지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깃발과 나무 끝이 살짝 흔들렸다.
겉보기엔 바람이 있는 듯했지만
내 느낌엔 실질적인 영향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길게 잡는 대신
평소 거리 그대로 불렀다.
샷은 깔끔하게 그린에 안착했다.
손님이 웃으며 말했다.
“아까 바람 있다고 길게 잡았으면 큰일 날 뻔했네.
역시 캐디 삼촌 구력은 못 따라가겠다.”
골프는 결국
1미터를 더 보느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1클럽을 더 잡느냐 덜 잡느냐의 결정도
그만큼이나 중요하다.
그 순간의 판단이
한 홀을, 때로는 하루를 바꾼다.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열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