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⑳> 캐디도 사람입니다

by 최선근

<캐디일상⑳> 캐디도 사람입니다



캐디는 골프장에서 항상 웃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밝게 인사하고, 농담도 하고, 공도 챙겨주니까
손님들은 당연히 ‘항상 기분 좋고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캐디도 사람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피곤할 때도 있고,
전날 잠을 설쳐 머리가 지끈거릴 때도 있다.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안 좋더라도,
손님 앞에서는 웃는 얼굴을 지어야 한다.
“오늘은 힘들다”라고 내색할 수 없으니까.


라운드가 시작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배고파서 속이 쓰리지만 점심시간까지 참아야 하고,
비 오는 날 우비를 입고 뛰면 몸이 천근만근인데도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한다.


손님과의 작은 대화도 신경 쓰인다.
“오늘 아침에도 근무하셨어요?”
“네, 2 바퀴긴 한데, 괜찮아요.”


속으로는 피곤하지만,
짧게 미소 지으며 답한다.
손님이 기분 좋으면 라운드도 훨씬 부드러워진다.


때로는 날씨와 코스 상태가 손님에게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다.
바람이 세게 불거나, 잔디가 젖어 미끄러울 때
손님이 짜증을 내도 마음속으로 이해한다.
“그럴 수 있죠, 누구라도 힘들 수 있어요.”
속으로는 힘들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게 안내한다.


그리고 가끔은 손님이 날카로운 말을 던질 때도 있다.
속이 상하지만, “네, 알겠습니다”라는 대답만 한다.
그 순간에도 마음속으로는
조금 더 편안하게, 더 즐겁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와 응원을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캐디도 사람입니다. 우리도 기분과 몸, 마음이 있습니다.”


작은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캐디에게는 큰 힘이 된다.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우리에게,
손님들의 이해와 공감은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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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스무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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