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㉕〉 잔디 위에 남는 흔적들
라운드가 끝나고 나면, 코스에는 작은 흔적들이 남는다.
디봇으로 파인 잔디,
스파이크로 눌린 발자국,
때로는 누군가 버리고 간 티나 볼 자국까지.
잔디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그 흔적들은 단순한 발자국이 아니다.
때로는 부주의의 표시이기도 하고,
때로는 세심한 배려와 정성의 흔적이기도 하다.
정성스레 정리된 벙커,
살짝 눌린 잔디를 다시 채워 놓은 자리,
티잉 그라운드를 깔끔히 정리한 모습까지
모두가 하루의 태도를 보여준다.
캐디는 이 흔적들을 통해
그날의 라운드를 떠올린다.
스코어카드는 사라져도,
잔디 위의 자국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작은 디테일 하나가 캐디에게 큰 힌트를 주기도 한다.
누가 멀리건을 많이 썼는지,
누가 티샷 후 티를 버렸는지,
누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벙커를 정리하고 디봇을 수리했는지.
숫자와 기록으로는 알 수 없는 골퍼의 모습이
잔디 위의 흔적 속에서 드러난다.
결국 골프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숫자가 아니다.
태도와 마음이 남는다.
잔디는 그것을 숨기지 않고,
조용히 기록한다.
캐디는 그 흔적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함께한 사람들의 성격과 마음을 다시 떠올린다.
작은 발자국 하나, 파인 잔디 하나에도
그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