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㉙〉 티타임의 압박, 7분의 법칙

by 최선근

〈캐디일상㉙〉 티타임의 압박, 7분의 법칙



골프장에는 ‘7분 간격 티타임’이라는 불문율이 있다.
한 팀이 티샷을 마치고 나면, 7분 뒤 다음 팀이 출발한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시간 배분 같지만,
실제로는 경기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다.


문제는 7분이라는 간격이 언제나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골퍼가 공을 오래 찾거나, 실수로 샷이 반복되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체된다.
뒤따르는 팀과 간격이 좁아지면
조급한 분위기가 생기고,
캐디는 그 사이에서 미묘한 압박을 감당해야 한다.


이럴 때 캐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계와 싸운다.
플레이어를 재촉하지 않으면서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멘트를 던진다.
“한번 열심히 가볼까요?”
“경사 때문에 바로 진행하셔도 좋습니다.”
작은 말 한마디가 팀 전체의 흐름을 바꿔놓는다.


시간 관리에는 캐디의 노하우가 숨어 있다.
퍼팅 라인을 오래 읽는 골퍼 앞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준비를 유도하고,
러프에서 공을 찾는 동안에는
미리 클럽을 챙겨준다.
눈에 띄지 않게 시간을 메우는 것이
경기 진행의 핵심이다.


사실 티타임의 압박은 캐디만의 고충은 아니다.
골퍼들 역시 뒤팀의 시선을 의식하며
평소보다 더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캐디는 단순히 경기 진행자가 아니라,
팀 전체의 긴장을 완화하는 조율자의 역할도 맡는다.


이 작은 7분은 결국 골프장의 리듬을 만든다.

누구에게는 짧고, 또 누구에게는 긴 시간.
그 균형을 지켜내는 것이
캐디라는 직업의 보이지 않는 기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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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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