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에 서서

by optimist

1년 전 새벽. 아버지께서 곤히 잠든 저를 깨우셨습니다. 일찍이 잠든 절 깨우시는 법이 없으셨기 때문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아버지께서 한마디 하셨습니다. "등산이나 가자". 그 이후에 겨울이 되기 전까지 많게는 일주일에 3번, 적게는 2주일에 한번씩 등산에 나섰습니다.


등산을 하면 등산로를 걷게 됩니다. 모두 정상을 향하는 길이지만 생김새는 제각각입니다. 경사가 많이 지고 돌들이 많은 길, 완만하고 부드럽게 다져진 길, 계단이 많은 길, 풍경 좋은 길. 항상 같은 산을 다녔기에 저는 많은 길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올라갔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올라갔었습니다만, 이제는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는 알고 걷습니다. 그러다 보니 길이 지닌 성품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길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며 길은 누군가가 걸어야 생깁니다.


길은 각자마다 목적이 있습니다. 경사가 가파른 길을 타면 몸은 고되지만 그만큼 빠르게 산의 정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완만한 길은 아버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아주 좋은 길입니다. 계단이 많은 길은 조그만 경사도 오르기 힘든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십니다. 정상을 돌아서 가지만 훌륭한 경치를 보여주는 길도 있습니다.


길은 한번에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땅을 밟아야 땅이 단단해 지고 풀이 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다니지 않으면 곧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저는 길을 생각하며 신영복선생님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한 구절을 떠올립니다.

'길'이란 그 '향'하는 바가 먼저 있고 나서 다시 무수한 발걸음이 다지고 다져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생각해보건데, 길은 길이 끝나는 곳의 무엇을 위해서 걷는 것이고, 길은 나 스스로 만든 길이 아닙니다. 우리는 작지만 거인들의 어깨위에 올라 세상을 바라봅니다. 저는 다시 한번 제가 서있는 길에서 '향'과 '무수한 발걸음'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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