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 응시생 침입사건

괴물이 돼버린 꿈.

by optimist

1. 사건


이번 주에, 아니 2016년 들어서 가장 암울한 소식을 담은 기사를 보게 되었다. 기사는 메인 포털 최상단에 굵은 글씨로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는데, 제목이 심상치 않았다. 이른바 '7급 공무원 응시생 침입사건' 이었다.


사건은 이랬다. 7급 응시생이 서울시 세종로에 있는 정부 서울청사에 점수 조작, 시험지 탈취를 위해 수차례 침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인사처 직원이 컴퓨터에 외부 침입 흔적이 있다고 판단하여 수사를 의뢰한 상태였다. 결국 그는 현주건조물침입, 공전자기위작혐의 등으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많은 언론에서는 '그가 어떻게 침입할 수 있었는가'라는 주제로 기사를 쏟아냈다. 공무원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서, 청소 아주머니들 때문이다. 여러 가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응시생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7급 공무원.jpg 7급 공무원 응시생(출처- 내일신문)


2. 취준생


나는 그에게서 뭔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과거에는 취준생 신분이었고, 현재 인턴 신분의 불안함(언제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이 그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이 사건이 아니라 그 사람에 마음을 헤아려보고 싶었다.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를 그렇게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하면서 까지 그가 얻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애초에 공무원은 되고 싶었을까?"


나는 그가 괴물이 돼버린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괴물이 되지 않을 거라 확신할 수 있는가?


3. 괴물이 돼버린 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도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공무원을 할 생각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멋진 꿈이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누구보다 자신감에 차 있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 칭찬받았던 순간,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즐겼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가 가야 할 자리를 빼앗는 불행한 일을 저질렀다. 누구보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말이다.


욕망이 그를 집어삼켰다. 7급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은 괴물이 되었다. 이 괴물은 우리 도처에 있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서슴없이 위장전입을 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비리들이 일어난다. 결과를 위해 과정은 묵살된다. 우리는 지금 이런 사회에 살고 있다.

태종 이방원(출처-SBS)

얼마 전까지 즐겨봤던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이런 대사가 있었다.

누구나 자기 내면 속에 벌레를 키운다. 그 벌레에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벌레의 말을 따르면 네가 벌레가 된다.

당신은 괴물이, 벌레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