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일까? 아닐까?
현재 KBO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단연 한화다. 스토브리그에서 마무리 최대어 정우람을 잡았고, 후반기에 극강의 포스를 보여주던 로저스를 외인 최대 금액으로 다시 데려왔다. 국가대표 1,2번 타자. 리그 최정상급 4번 타자. 류현진 이후에 최강 1 선발. 현재 리그 최고의 마무리까지. 한화가 NC와 더불어 우승후보로 꼽힌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화는 기대하던 성적으로 화재가 되기보다는 '혹사'와 팀내 갈등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많은 팬들이 김성근의 투수 기용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으며, 한 기자는 전력분석 코치의 월권에 대해 언급해 크게 논란이 일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혹사'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특히 혹사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선수인 송창식 선수의 등판 일지 투구 수를 통해 그가 얼마나 과부하되어 있는지를 알아본다. 이 작업이 끝나면 우리는 김성근 감독의 혹사 실체에 대해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송창식 선수의 등판 일지를 살펴보자. 여기서는 간략하게 던진 날짜, 이닝, 투구 수, 등판 간격만 살펴보겠다.
4월 1일 : 0.1이닝, 18개
4월 2일 : 2.1이닝, 34개
4월 6일 : 0.1이닝, 14개(3일 휴식)
4월 9일 : 3.2이닝, 69개(2일 휴식)
4월 13일 : 0.2이닝, 15개(3일 휴식)
4월 14일 : 4.1이닝, 90개
4월 19일 : 0.2이닝, 9개(4일 휴식)
4월 21일 : 3.0이닝, 61개(1일 휴식)
4월 23일 : 1이닝, 32개(1일 휴식)

혹사란 '개인의 신체 한계를 넘어선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개인의 신체 한계'를 어느 정도로 볼 것이냐? 에 따라 혹사의 기준은 갈라진다. 여기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기준을 가지고 혹사를 체크해보고자 한다.
*단 이 기준은 평범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예외는 존재할 수 있다. 그 예외가 지속적이라면 그것이 혹사라고 말할 수 있다.
(1) 투구 수 90-100개 : 5일 휴식(선발투수의 평균). 4일 휴식은 예외적 상황.
(2) 연투(2경기 연속 등판): 연투 후에는 무조건 휴식. 3 연투는 예외적 상황.
(2)-1. 불펜투수가 공을 30개 이상 던질 경우 다음날 대부분 휴식.
(2)-2. 불펜투수가 공을 50개 이상 던질 경우 대부분 2,3일 휴식.
(2)-3. 불펜투수가 공을 15개 이하로 던질 경우 대부분 연투 가능.
이 기준을 가지고 송창식 선수의 기록을 살펴보면 약간의 문제가 발견된다.(위의 노랗게 칠해져 있는 부분이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첫 번째는 김성근 감독이 가장 크게 질타를 받았던 바로 그날이다. 3일을 휴식하고, 13일 날 송창식 선수는 0.2이닝, 15개의 공을 던진다. 그리고 14일 날 그는 4.1이닝, 90개의 공을 던진다. 기준으로 보면 연투할 수 있는 상황은 되지만, 15개를 던진 선수에게 그 다음날 90개를 던지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선발투수가 그 전날 불펜으로 올라와서 공을 던지는 것이다. 어떤 선발투수도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예외가 있다면 올스타전과 휴식기가 있는 시기에 선발투수의 외도가 일어나지만 이건 충분한 휴식기가 있음에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는 21일, 23일 날 발생한다. 그 후에 하루를 휴식하고 나온 송창식 선수는 21일 날 3이닝 61개의 공을 던진다. 그리고 하루 휴식 후 23일. 그는 1이닝, 32개의 공을 던진다. 기준에 따르면 50개 이상 던질 경우 최소 2일에서 3일 정도의 휴식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송창식 선수는 하루 휴식 후 또 등판해 무려 30개 이상의 공을 던졌다.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송창식 선수의 기록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위에 진하게 칠해져 있는 기록을 보라) 4월 9일. 그는 3.2이닝, 69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3일의 휴식이 주어졌다. 3일의 휴식이 주어진 후에도 0.2이닝, 15개의 공을 던졌다.
김성근 감독이 정말 기준을 가지고 투수 운용을 한다면,
왜 4월 9일 이후에는 3일의 휴식이 부여되었고,
4월 21일에는 하루의 휴식밖에 부여가 안됬는지 설명해야 한다.
송창식 선수가 이런 식으로 던지면 144경기 체제에서는 얼마나 던지는지 궁금했다. 스탯티즈에서는 친절하게도 그 기록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144경기 기준. 68경기 123.2이닝을 소화한다. 표본이 작기 때문에 이렇게 많이 던지진 않겠지만 불펜 투수로써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이닝이다. 더 문제인 것은 정확한 보직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기록을 보면 롱릴리프(선발투수가 무너질 경우 긴 이닝을 소화해주는 선수)인 것 같지만 꼭 그렇게 쓰이진 않는다. 또한 승리할 때도, 패배할 때도 나오기 때문에 필승조인지, 추격조 인지도 애매하다. 이것이 김성근 감독만의 특징이라면 할 말이 없다.
위에서 혹사의 기준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것이 혹사다라고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상당히 어렵다. 사람마다 몸상태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100개를 던져도 끄떡없는 사람이 있고, 연투를 밥먹듯이 해도 괜찮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끄떡없다', '괜찮다'는 단기적인 속성이 강하다. 그때 당시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부상의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어깨, 팔꿈치, 허리는 언젠간 소모된다. 다만 그 소모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고, 각자의 한계치를 넘어선 순간 부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김성근 감독은 항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재일동포로써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혹사'를 혹은 마구잡이로 투수를 기용하는 것이 한계를 넘어서는 일 중의 하나라고 여긴다면, 그것은 한계 극복이 아니라 아집(我執)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