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의 투구를 보며
이번시즌 야구는 유독 흥미진진하지가 않다. 치열한 순위싸움이 시즌 막바지의 볼거리인데, 1위부터 3위까지가 철옹성처럼 공고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4,5위 싸움은 상위권 싸움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서 치열한 순위경쟁을 하고 있던 도중, KIA에서는 낭보가 잇따라 들리고 있다. 복귀 선수들 때문이다. 경찰청에서 돌아오는 안치홍, 팔꿈치 염증으로 두차례 로테이션을 건너 뛰었던 지크, 토미존 수술을 받고 돌아온 김진우. 이 와중에 가장 먼저 돌아온 선수가 있었으니.. 윤석민 선수다.
먹튀니 뭐니 해도 일단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와 준다면 제 몫을 하는 선수이기에 팬들은 기대가 많았다. 8월 30일, 31일. 이틀에 걸쳐서 1.2이닝 무실점. 표면적으로 보면 괜찮아 보이는 성적이지만 실제 투구 내용을 보면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온다.
8월 30일은 무실점했지만 피안타를 2개 허용하면서 불안했고, 31일은 몸에 맞는 공이 2차례 있었다. 특히 31일은 2아웃만 잡으면 되는 상황에서 주자를 출루시킴으로써 위기를 자초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물론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윤석민의 제구력은 국내 탑수준이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전에서 공을 던진것이 꽤 오래전 일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투구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8월 31일날 투구를 보면서 윤석민 선수가 구속에 너무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윤석민 하면 깔끔한 투구폼이 떠오르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몸에 힘이 꽉들어간 투구폼으로 보였다. 그러나 보니 구속은 어느정도 나오는 반면, 제구는 엉망이었다.
물론 선발투수와 달리 불펜투수는 구속이 더 중요하다. 선발투수는 완급조절이 가능하고, 꽤 많은 실점을 해도 괜찮은 초반이 존재한다. 반면 불펜투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삼진을 잡아야 하기에,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 아래에는 대 전제가 존재한다.
몸 상태에 맞는 투구를 해야한다.
현재 윤석민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불펜으로 나왔음에도, 평균구속이 138, 140 정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선수의 입장은 2가지로 나뉜다. 내 몸상태를 받아들이고 거기서 최선의 투구를 하느냐, 구속을 더 끌어 올리기 위해 다른 것들을 포기하느냐.
윤석민 선수의 입장은 후자로 보인다. 구속을 올리기 위해 투구폼이 평소답지 않게 거칠고, 그 결과 타자들을 출루시키고 있다. 물론 안타를 맞은 것과 사구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출루자체를 중시하는 현 야구의 모습에서 그 둘은 크게 틀리지 않다. 상대방에게 기회를 더 내어줬다는 점에서 말이다.
윤석민 선수는 실전감각이 많이 없다. 그래서 구속이든, 제구든 더 나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지금으로써 최선의 방법은 제구력을 찾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타자들이 공을 때린다고 해서 다 안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7할은 아웃이 된다. 하지만 볼넷, 사구는 1루베이스를 공짜로 내준다. 그것도 확률 100%로. 스스로 무너진다는 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구속이냐 제구냐로 많은 사람들이 논쟁을 벌이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지금 몸상태에 맞는 투구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리고 두개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제구를 꼽고 싶다. 볼넷을 연속 4,5개 내주는 것보다 백투백 홈런을 맞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