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야구시선

최형우는 100억의 가치가 있을까?

WAR로 알아보는 최형우의 가치

by optimist

2016년 11월 25일 오후. 기아 타이거즈가 삼성 라이온즈 소속의 FA 선수 최형우를 계약금 40억 + 연봉 15억, 총액 100억 4년 계약으로 데려왔다.


일각에서는 '버블이다', '거품이다', '너무 많은 돈을 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연 진짜 거품일까? 거품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이 글에선 첫 번째, 그동안 고액의 계약을 맺은 선수들의 (계약 맺기 전) 3년간의 WAR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WAR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 가능하다. 두 번째, 외국인 선수와의 비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럴 바에는 돈을 써서 더 좋은 외국인들을 영입하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은 최형우 거품설이 어느 정도 팩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번외로 고액 연봉자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도 잠깐 설명하겠다.)




1. 고액 계약 선수*들의 계약 체결 3년 전 WAR.


*원래는 50억 이상 계약 맺은 선수들을 전수조사하려 했으나, 너무나 많은 관계로 60억 이상인 선수들을 조사했습니다.


1. 손승락 60억 : WAR 7.7

-> WAR 1당 7.7억(WAR대비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선수)


2. 유한준 60억 : WAR 10.6

-> WAR 1당 5.6억


3. 장원삼 60억 : WAR 8.1

-> WAR 1당 7.4


4. 심정수 60억 : WAR 22.6

-> WAR 1당 2.6억(WAR대비 가장 적은 연봉을 받은 선수)


5. 안지만 65억 : WAR 8.9

-> WAR 1당 7.3


6. 이용규 67억 : WAR 13.9

-> WAR 1당 4.8억


7. 정근우 70억 : WAR 9.9

-> WAR 1당 7


8. 강민호 75억 : WAR 14.6

-> WAR 1당 5.1억


9. 윤성환 80억 : WAR 13.3

-> WAR 1당 6억


10. 정우람 84억 : WAR 11

-> WAR 1당 7.6


11. 김태균 84억 : WAR 14.7

-> WAR 1당 5.7억


12. 장원준 84억 : WAR 12.1

-> WAR 1당 6.9억


13. 최정 86억 : WAR 19.6

-> WAR 1당 4.3억


14. 윤석민 90억 : WAR 13.6

-> WAR 1당 6.6억


15. 박석민 96억 : WAR 17

-> WAR 1당 5.6억


15명의 평균 WAR 1당 비용 : 6억


최형우의 최근 3년간 WAR의 합계는 18.4이다. 이미 우리가 계산한 평균 WAR 1당 비용을 곱해보면 최형우가 어느 정도 받아야 하는지 계산이 가능하다. WAR로만 계산한 최형우의 FA 금액은 약 110억. 이번에 계약 맺은 값보다 낮다.


100억의 계약으로 최형우는 WAR 1당 5.4억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고액 연봉자 15명 중에서도 5등에 속하는 가성비다. 모든 것을 다 제거하고 순수하게 WAR만 본다면 최형우의 계약금은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심정수 전 선수의 연봉은 최근 고액 연봉자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가성비를 가지고 있다. WAR 1당 2.6억. 엄청나게 싼 가격이다. 심 선수가 기록한 FA 전 3년 기록의 WAR합계는 22.6이다. 여기에 6억을 곱하면? 약 135억 정도 규모에 계약을 맺어야 한다. 어쩌면 심 선수는 현재 프로야구 선수가 아님을 크게 아쉬워야 할 사람 중의 한 명이 아닐까?

심정수.jpg 심정수 선수 ⓒ 삼성 라이온즈


2. 외국인 선수의 WAR 기록.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달러로 계산되므로 계산하기 쉬운 환율(1달러당 1100원)을 사용하여 계산하였습니다.


*** 외국인 선수의 경우 100만 달러 이상의 선수들을 추려 계산했습니다. WAR은 이번 연도를 뛴 선수는 이번 연도의 WAR을 사용했으며, 작년도 뛴 선수의 경우 작년 WAR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니퍼트의 경우에는 특수한 상황(시즌 중 부상으로 몇 경기 못 뛰었으나 포스트시즌에 엄청난 활약으로 우승을 이끔)이기에 재작년 WAR을 사용했습니다.


1. 헥터 170만$(18억 7천만 원) WAR 6.64 -> WAR 1당 2.8억


2. 테임즈 150만$(16억 5천만 원) WAR 10 -> WAR 1당 1.6억


3. 린드블럼 120만$(13억 2천만 원) WAR 6.48 -> WAR 1당 1.8억


4. 니퍼트 120만$(13억 2천만 원) WAR 5 -> WAR 1당 2.4억


5. 로사리오 130만$(14억 3천만 원) WAR 3 -> WAR 1당 4.3억


5명의 평균 WAR 1당 비용 : 2.5억


고액 연봉 외국인 선수들의 WAR 1당 비용은 2.5억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다. 쉽게 말해 가성비가 훨씬 좋다. 물론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 왜냐하면 FA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는 수년간 꾸준함을 보여줬음에 반해 외국인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배제하고 WAR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 선수들의 연봉에 거품이 껴있는 것은 분명하다.

헥터.jpg 이번시즌 상당한 연봉을 받고 들어온 헥터 노에시 ⓒ KIA 타이거즈


3. 거품의 기준(마무리)


우리나라 고액 연봉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을 비교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알았다. 한 가지는 최형우 선수의 100억 계약이 우리나라 기준으로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라는 것. 또 한 가지는 외국인 선수와 비교하면 최형우 선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FA 시장 전체에 거품이 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었다.


하지만 '거품'이라는 것은 우리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곳에서 최적의 가격과 물건의 양이 결정된다. 심플한 논리이지만 이건 FA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요가 있고, 이 정도 값을 주고 사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기아는 100억을 줄 수 있었고, 최형우는 그 정도에 만족했다면? 그것으로 거래는 성사된다. 이것이 시장이고 자본주의다.


그럼에도 실력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리그 전체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모기업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FA의 경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운영비 외의 특별 지원금 형태로 받는다. 당연하게도 그룹 윗선의 재가는 필수적이다.


이렇다 보니 모기업의 기업 사정이 어려울 경우 부득이하게 리빌딩을 한다던지,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은 바닥을 치고 있다. IMF 때도 발생하지 않았던 4분기 연속 0% 성장률이 우리의 경제상황을 적나라하게 대변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거품이 꺼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떤 선수단은 해체가 불가피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리그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거품과 성적, 그리고 경제상황과 같은 여러 변수들. 이 사이에서 한국 프로야구는 다시 한번 자신들이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