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dy Apr 15. 2022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린 시절의 꿈과 지금의 희망

초등학교 때 선생님은 내 일기장에 너는 글을  쓰니 기자가 되면 좋겠다는 코멘트를 남겨 주었다.


분명 선생님은 내 일기장에 수많은 코멘트를 남겨 주었을 텐데 유독 그 말만 기억에 남는 걸 보면 그 칭찬이 꽤나 마음에 들었었나 보다.




그리고 나는 그때부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확실하게 글로써 무엇을 하고 싶다, 무엇이 되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지만 어렴풋하게 나는 글을  쓰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 뒤로 나에게 글 잘 쓴다는 칭찬을 해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생각은 빠르게 잊혀졌다. 나는 그 뒤로도 꾸준히 일기를 쓰고, 소설을 쓰고, 에세이와 독후감 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아이였지만(자발적으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차마 좋아한다고 쓸 수는 없었다) 글 쓰는 걸 직업으로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고등학교 때 이과의 진로를 택했음에도, 논술로 상은 받아 봤지만 수리논술로 상을 받아 본 적은 없는 걸 봐선 글 쓰는데 재능이 있긴 하구나 생각만 했을 뿐 내 진로와 정반대에 서 있는 것 같은 글쓰기를 직업으로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고 글쓰기를 직업으로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지 못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점이다. 내가 몇 년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내가 학창 시절을 보낼 때 지금만큼 태블릿과 무선키보드가 보급화 되어 있어서 글을 쓰는 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더라면, 만년필과 잉크가 유행해 종이에 글 쓰는 재미를 알았더라면, 유튜브가 유행해 글 쓰는 게 나의 장점이, 나를 브랜딩 해 줄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후회는 후회일 뿐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이니까.


내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약대에 들어가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는 아니었고, 정보 전달을 위한 글쓰기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나는 내 처참한 글쓰기 실력에 충격을 받았다. 한때는 그래도 글 좀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문장 하나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을까. 글 쓰기의 재미를 알지 못했던, 꾸준히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의 최후란 이런 걸까.


처참한 글쓰기 실력에 충격을 받고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토록 서투른 글이라도 쓰다 보면 실력이 늘겠지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에 하나씩 글을 올렸고, 다행히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글쓰기로 대외활동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졸업학년이 될 쯤에는 만년필과 잉크의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손으로 쓰는 글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다시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쓰기에 대한 욕망은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왔다 나를 떠나갔다.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갈망으로 꾸준히 글을 쓰겠다 다짐하고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는 했지만 당장 나에게 돈을 벌어다 주지도 않고, 실력이 빠르게 늘지도 않는 글을 쓰는 것보다는 이 세상에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다시 글 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내가 지금 택한 이 직업을 평생 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이후였다. 내가 택한 직업은 필연적으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할 수밖에 없고, 재택근무란 절대 불가능한 직업인데 나는 가능하면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싶었다. 출퇴근길 사람들에 치이며 회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이 빠지는 삶을 살기 싫었고, 날이 이렇게 좋고 하늘이 이렇게 예쁜데 하늘 한 번 보지 못하고 건물 안에서만 처박혀 있는 삶을 살기 싫었고, 남들 다 퇴근할 때 같이 퇴근하느라 어딜 가도 사람이 바글바글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럼 나는 결국 회사를 퇴사할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 미련 없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게 글쓰기였다. 그렇다면 글을 써 보는 건 어떨까. 내 어린 시절 꿈이기도 했고, 내가 원하는 재택근무에 프리랜서의 삶을 살 수도 있고 완벽한 직업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글쓰기의 욕망은 다시 한번 나를 덮쳤고, 나는 바로 브런치를 켜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물론 희망은 희망일 뿐, 나는 내가 글 쓰기로 돈을 벌 수 있게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불가능 한 일일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인생에 한 가지 희망이 생겼고 그 희망이 글쓰기라면 그 인생은 꽤나 즐거운 인생이 되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내가 쓴 글은 남기고 갈 수 있겠지.





그래서 나는 앞으로 
 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고등학교 시절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