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직장 퇴사일기-3

자존감 붕괴 일지

by 소소

그 곳은 모회사가 따로 있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모회사의 대표가 따로 있었고,
내가 속한 업장은 '월급 받는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었다.


처음 입사했을 땐 다른 대표가 있었고
그 대표도 딱히 훌륭하진 않았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차라리

그 사람이 낫다고 느껴질 정도다.

왜냐..
그 다음 대표는 내가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최악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곳은 이 세상의 다양한 인간군상이

총집합된 현장이었지만

대부분은 조금 특이할 뿐이지
악의적인 사람은 없었다.

단,

딱 두 명-

그 사람들을 제외하면..

나는 처음의 정신없음을 잘 넘기고

꽤 순탄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동료들과도 관계가 좋았고
고객들에게도 나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업종을 드러낼 수 없어서.. 그냥 ‘고객’이라고 하겠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고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00님, 그만두세요?”

깜짝 놀라 물어보니,
우연히 구인 사이트에 내 자리,

내 직책이 올라와 있는 걸 봤다고...

이 사실을 A에게 확인했고
그녀는 “00님이 맡으신 업무가 많아 보조를 뽑으려는 거였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정말 그렇게만 생각했다.
참 내가 너무 순진했지.


A는 자주 다른 직원들의 험담을 ‘고민’이라며 내게 털어놨다.
나는 ISFP.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더구나 험담에 동조했다가

본인이 망가지는 걸 지켜봤던 터라
나는 늘 한 발 뒤에서 조용히 들었을 뿐이었다.

그게 내 잘못이었다.

자신의 험담에 동조하지 않아서

A는 나를 모함하기 시작했다.


대표에게 본인 할 말을

똑부러지게 하던 사람과

등 돌리지않고 친분을 유지했다고

A는 대표에게 나를 포함하여

몇몇 사람을 특정지어 일러(?)바쳤다.


본인이 사람들에게 했던 대표 험담을

나의 말인 양 전했다고 한다.

나는 맹세코 험담을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사실확인이 먼저이건만

초록은 동색인거라-

대표와 A는 알아주는 서로의 프로텍터


어느 날 대표가 나에게 메일 한 통을 보냈다.

작은 업장에서 불러다 말하면 될 것을

굳이 메일로...


“내일부터 00님 옆에 팀장이 올 겁니다.
00님은 그분에게 업무를 넘기고
한 가지 일만 하시면 됩니다.”


이상했다.
왜 ‘팀장’이 굳이 내 옆에?
팀이 나와 그 사람 둘인데 웬 팀장과 팀원?


이후로 점점 드러난 그림은
처음부터 나를 내보내기 위한 시나리오였다.

나는 여전히 순진하게

‘아- 이제 좀 일이 덜어지겠구나’ 하며

혼자 행복회로를 돌렸다.


그런데 팀장으로 온 그 사람-

대표 말로는 이 업종의 베테랑이라더니
업무에 대해 아는 게 정말 하나도 없었다.

대화를 해보니 20년 가까이 주부로만 살아오신 분..


그 분이 못한 일도 다 내 책임으로 돌리고

결국 또 모든 일은 내 몫-


내가 조금 지쳐있는 모습을 보이면 A는 나를 놀리듯
“그래서 대표님이 한 가지만 하라고 하셨잖아요.

왜 사서 고생하세요..^^”
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 와중에도 A는 나에게 새팀장 욕, 대표 욕,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쏟아냈지만
대표에게는 나를 욕한 적 없다는 식으로 굴었고
자신이 했던 팀장 욕은 오히려 내가 한 것처럼 전달했다고 한다...

하 지겨워. 나쁜 X


결국 대표는 나를 ‘문제 인물’로 낙인찍었다.

“업무적인 대화 이외의 대화 하지마세요. 팀장 통해서만 의견 주세요.”
“고객과도 대화하지 마세요. 인사는 해도 그 이상은 금지.”

어이없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이 초등학교 입학식 날-

반차를 쓰겠다고 하니 바빠서 안 된다고 자르더니

또 갑자기 사람 좋은 척

그럼 10시까지 출근하세요^^하더니만

아이 학교 들어가는 뒷모습 보고

부랴부랴 9시 30분에 출근하자
그 30분을 ‘분 단위 시급’으로 월급에서 깎았다. 하하


나는 맹세코 출근 첫 날 부터

단 한 번도 지각한 적 없었고,
출근시간보다 항상 20~30분 먼저 도착해

제일 처음 문을 열고 일하던 사람이었다.


애가 장염에 걸려 밤새 토했을 때도
“연차 쓰면 안 된다”며 나를 갈아 넣듯 일하게 했으면서

그 모든 시간을 견디며 일한 나를
한순간에 쓰레기처럼 취급한 사람.


그 사람 하나 때문에
내 안의 무언가가 부서져 갔다.
나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경력도 나름 있다고 생각했고
자존감도 높았던 사람인데.

그 자존감이 뚝뚝-
부끄러울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밤에 잠들었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깨는 일이 반복됐다.
가족에게 특히 아무 죄 없는 우리 아들에게
괜히 짜증 내고 화를 냈다.
그게 다 너희 때문이야.

그래. 너희는 절대 모르겠지.
있지도 않은 양심으로 네가 누굴 다치게 했는지 모를 테니까.

정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회사, 그 사람들, 그 시간
전부 지워버리고 싶다.

에라이 인간아.

넌 평생 내가 기억할 지옥 갈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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