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직장 퇴사일기-4

보이지 않는 사슬들

by 소소

이건 단순한 오해나 불편이 아니었다.

구조적이고 의도적인 괴롭힘이었다.


그렇게 나는 단 두 명뿐인 ‘팀’의 팀원이 되었다.
이 소규모 조직에서 ‘팀’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우스웠다.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팀장 한 명, 혹은 팀장과 팀원 한 명뿐이었다.
때로는 팀장만 남아 있는 팀도 있었고

그 또한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저 ‘팀’이라는 이름만 남은 형태였다.


내가 속한 그 작고도 기이한 팀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해체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예고도 없이 정당한 설명도 없이,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 조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동’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였다.
출근해서 받은 메일 한 통으로 전달된 그 결정은
그날 오후부터 바로 자리를 옮기라는 내용이었고
내가 그간 해온 일은 “너무 소소하고 간단한 일이었기 때문에

따로 인수인계도 필요 없다”는 말로 정리되었다.


처음부터 그 자리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나는 그제야 확신하게 되었다.


그 대표는 내가 이 건에 대해서 동료와 나눈 짧은 잡담까지

어딘가에서 들은 듯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불만이 있으면 나에게 말해라. 동료랑 떠들지 말아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도청을 당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니 확실히 감시당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CCTV로 우리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즈음 나는 아침이면 교통사고가 나서

출근을 못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나를 차로 뻥 치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조차도 믿기 어려운 생각이었다.
한 아이의 엄마이고,
가정을 지키는 어른인 내가
왜 누군가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바람을 품어야 했을까.


대표는 언제나 직접 명령하지 않았다.
늘 우회적이고 모호한 언어로 업무를 ‘자연스럽게’ 떠넘겼다.
심지어 매일 더러워지는 공간의 청소를 청소도구 하나 없이 맨손으로 하게 만들었다.

네가 청소할 때 불편하면 네 돈으로 도구를 사오라는 식이었다.

본인은 청소도구 없이고 충분히 청소를 할 수 있다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였다.


결국 내 손은 갈라지고 상처가 생겼지만 그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넘겼다.

업무상의 의사표현은 철저히 배제당했다.
나는 ‘팀의 일원’이면서도 내 의견은 사라진 존재였다.

심지어 고객과의 대화조차 금지당했다.
인사 외의 대화는 하지 말라는 지시는 말 그대로 나를 사회적 공간에서 격리시키는 조치였다.

대표는 A만을 유난히 편애했고
그 외의 인물들에게는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모든 감시와 판단은 그의 기준에만 따라 이루어졌다.

어느 날은 내가 A의 부탁으로 외부에 업무를 보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차에서 내리는 나를 몰래 촬영해
“00님이 근무시간에 왜 외부를 돌아다니냐”며
내 사진을 간부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
정당한 사유로 나간 자리였고 업무와 관련된 요청으로 나간 자리였는데도
그들은 나를 감시하고, 의심하고, 조롱했다.

그 채팅방에 나는 없었다.

나와 친분있는 그 채팅방에 있던 누군가가 억울하겠다며

나에게 그 사진을 전달해주었다

A는 끝까지 본인이 업무를 시켜서 나간 것 이라며 쉴드를 쳐주지 않았다.


전 직원이 있는 업무용 채팅방에서는 ‘누구’라 명시하지 않았지만
명확히 나를 지목한 듯한 표현으로 내 행동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 순간 나는 손이 떨렸고,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왔다.

그렇게 나는 점점 작은 인간으로 축소되고 있었다.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참고 견뎌도 인정받을 수 없는 공간에서
나는 그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남편은 매번 말했다.
“당장 그만둬. 이거 직장내괴롭힘이야. 신고해.”

하지만 그는 증거를 남기지 않는 데에도 능했다.
의도적으로, 교묘하게, 정곡을 찌르는 말은 남기지 않고 상황만 조작했다.


매일 울분을 삼키며
‘내가 이 정도 대우를 받아야 할 만큼 형편없는 사람인가’ 자문했다.

그때 신고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악바리’ 같은 마음으로
한 번만 더 버텨보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나를 지키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더 깊이 상처 내고 갉아먹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안다.
그가 한 모든 행동은
그저 ‘불편한 인간관계’가 아니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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