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현장KCSI

그 밖의 사용기

by 허허로이

범죄 추리물이라면 닥치는 대로 보고, 읽는다. 모든 것에 감탄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시작하는 '덕'력이 다소 떨어져서, 최근에는 그저 응원하는 마음으로, 애쓰며 읽는다.


260페이지를 조금 넘는 짧은 에세이 모음집이라고? 한 편 읽고 일주일 보내고, 두 편 읽고 나흘 지나고. 얇은 두께로 시작했지만, 세 곱절은 넘는 무게감 때문에 두 달이 걸렸다. 현장에서 마주한 죽음들, 증거물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마지막 흔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담히 기록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짓눌렀다. '가볍게' 보자 싶던 마음이 부끄러워 지기를 네 번 정도하고 나니,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다. 끝 줄을 읽자마자 후다닥 덮었다.


괜히 읽었다. 흥미진진한 범인 찾기 이야기를 기대했던 마음을 자책했다. 감히.


피해자였기에 피의자가 되어 버렸지만, 그럼에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그들에 대한 시선.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그저 사람으로 바라보려는 따뜻한 눈길. 타의/자의로 존재가 사라진 사람들의 마지막을 대신 기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사력을 다해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지. 범인을 찾는 것은 어쩌면 과정의 일부겠다. 가장 근접한 사실을 찾는 목표에 이르기 위한 과정. 그 겸손에 경의를 표한다. 그래서 사건은 지우고, 남은 이들의 마지막 모습만 기억한다는 한 수사관의 이야기.


세상 그 누가 이들 만큼 남은 이들을 위해 애써주겠는가?


그 마음들을 기억하기 위해, 짧은 글을 여기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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