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밖의 사용기
OTT 세상이 존재하기 전에 만났던 작품이다.
좋은 것을 기꺼이 나누려는 마음들 덕에 만날 수 있었지. 지금도 여전히 고맙다.
한국의 인터넷 속도는 이미 그 시대에도 압도적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모든 '공유'가 가능했을 리 없으니까.
찾아보니, 이때가 3차 산업혁명, 정보화 또는 네트워크 혁명 막바지로,
딱딱한 단어 걷어내고 내 경험을 이 시기에 대입하면 이렇다.
TV AFN에서 PC 브라우저로, 미드 세상이 새로운 '채널'로 이사를 한 셈이다.
엑스파일로 시작된 나의 미드 시리즈 중독은 신앙이었고
국내에선 희귀했던 장르물 트윈픽스의 세계관은 일종의 교리였다.
이러한 나의 맥락에서 삐죽이 튀어나온 작품, 식스 핏 언더 (Six Feet Under).
세기말을 벗어난 2001년에 첫 방영되었다.
제목부터 '죽음'을 비유하여 염세적 분위기를 들이밀었고
각 에피소드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죽음'과 '살아 냄'을 동시에 담아내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2020년대에도 만들어지는 명언집 대사가 증명하듯,
세기를 관통하는 명작이라고 기꺼이 사방에 떠들고 싶다.
최근 국내 어느 OTT에 HBO시리즈가 풀리면서 이 제목을 발견했다.
반가움, 아련함 다른 한편으로 잊고 지낸 세월만큼의 나이를 먹은 지금의 나는
이 작품을 다시 보면 아마 다른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리라.
예전의 나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던 대사,
세상은 부당하고 내 권리는 소중함을 소리 높여 외치는 사춘기 딸을 향해 엄마 루스가 말한다.
"I pity you, Claire. You are under the mistaken impression that life owes you something. Well, you are in for some very harsh surprises."
이 대사가 처음 내게 박혔을 때 나는 클레어였고, 지금은 가끔 루스가 되어 세상에 대한 분노를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