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쓰는 나 사용기

by 허허로이

하루 일과 종종거림 사이에 짬내기는 일종의 부스터다.

작업 효율을 올려주는 빌트인강장제.

이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딱 하나,

몰래하기!

경험상 콘텐츠가 항상 새로울 필요는 없다.

짬을 낸다는 기대 만으로도 충분히 설렌다!

특히 아침 눈 뜨자마자 짬내기를 정한 오늘 같은 날은 오전 내내 설렐 수 있다.

살다 보면 짬내기가 갑자기 생기는 경우도 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황인데.

충분한 짬내기 효과를 위해서는 계획이 필수이므로 큰 부스터 효과는 없다.

게다가 타의에 의한 우발적 짬내기 상황은 내 신체 뿐만 아니라 의식 활동의 반경에 제약을 만든다.

그러니까, 눈치를 보게 된다. 몰래할 수 없으므로 짬내기의 의의가 퇴색하는 거지.

카페인 충전은 그 자체가 외부로부터 내 몸에 꽂는 자극이므로 좀 다르다.

게다가 추가 노력이 필요하지 않기에 '소중하고 절실한' 것을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가질 수 없다.

이것저것 따질 틈조자 없던 하루였다면, 가장 무난한 선택은 역시 걷기이다.

햇살 가득한 점심시간에 불가능했더라도 조명 아래 나뭇잎들도 예쁜 계절, 가을이지 않은가.

릴스에 내장산 영상이 떴다. 평일 주차장을 가득 채운 자동차, 인파, 그 모든 다수를 아웃포커싱하는

강렬한 선홍, 검붉은 단풍, 진노랑 은행잎, 고동색 메타세쿼이아 이파리들.

그리고 바람, 흔들리는 이파리가 내는 챠르르르 소리.

모니터 한 구석에 영상반복재생을 틀어놓고 이어폰을 꽂는다.

딱 3번만 듣자. 누가 보든 상관없어.

나만 몰래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한 짬내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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