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나 사용기
반짝이 투명 포장지로 덮어 낸 비난을 전시하고
그걸 뱉어내는 혀끝에 시퍼런 날 벼린 단어들을 발라
함께 머무는, 머물러야만 하는 공간을 가득 채우려 든다.
감히.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쌍스러움은 소용돌이를 만들고
주변을 휘감아 덩치를 불린다.
점점 커지는 스스로에 도취되어
자기 몸에 새겨지는 자자형의 표식을 볼 수 없다.
동반되는 악취는, 이걸 참아내는 게 맞나를
예전에는 고민도 했는데
이제는 안다. 저것들은 나에게 닿을 수 없다.
모든 것은 흐르고 아무것도 머물지 않는다지만,
내장에 삭혀둔 배설물이 얼마나 크고 두텁기에,
어제도, 오늘도 아마도 내일도 뱉어낼 수 있는 것인가?
어째서 저런 악의는 마르지 않는 걸까?
자기 마음터에 도대체 무엇을 심은 것인가?
내 마음터를 둘러봐야겠다.
내장산 단풍을 닮았다면 내게도 주변에도 알록달록한 기분을 주겠지,
동네 600년 된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를 닮아도 좋겠다.
무엇이든 그 뿌리 밑에서 결국 거름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