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된

쓰는 나 사용기

by 허허로이

'미리, ' '준비' 이런 단어는 후회와 두려움이 내포되어 있다고 말하기에, 그렇기도 하겠다며 끄덕였다. 그 만남을 끝내고 돌아오는데, 뒷맛이 쓰다. 저 단어에 기대와 희망을 담았던 기억이 꽤나 많이 바랬구나, 그이의 말에 수긍하다니. 어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지 한참이지만 여전히 낯선 것들 투성이다. 미리 준비는커녕 닥치는 대로 방법을 찾으려 사람을, 책을, 명상을 갈구해도 그때뿐. 매번 업그레이드된 유형에 당황하기 일쑤다. 하기사 살아있기에 당연한 '숨쉬기'만 검색해도 '법'을 단 결과물이 영상, 텍스트 할 것 없이 쏟아지니까. 애초에 '어른'과 '준비된' 것은 당연하지 않은 거다. 요즘은 가끔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흐를 때도 있다. 그래서 다행이다 싶고. 이럴 줄 알았다면 준비하는 것에만 그렇게 많은 애를 쏟으며 지내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역시 그래왔기에 요정도라도 온 것인가.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처럼. 모든 일에는 때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 어느 쪽이든 실행이 되는 순간에 의미를 찾아낸다면 그것이 맞겠다. 나도 그도 각자의 도그마에 따라 살아 내야 하는 것이다. 준비를 아까워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할 수 없는 것이므로.


결국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업그레이드된 심폐지구력, 단련된 관절 정도?




매거진의 이전글마음터,